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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 이대로 저물게 둘 것인가 _ 전성철 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Joyfule 2022. 7. 15. 23:56





 세계화 시대 이대로 저물게 둘 것인가 _ 전성철 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민주주의 공유, 자유롭게 교역한 ‘세계화 시대’
일자리 늘고 경제발전 이끌며 ‘지구촌의 떡’ 키워
30여년 지속된 세계화, 우크라 전쟁으로 위기
러·중, 민주주의 외면해 ‘가치 공유’ 균열 생겨
러시아가 이겨 세계화 끝나면 한국 가장 큰 피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제난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훨씬 더 거대한 이슈가 요동치고 있다. 바로 ‘세계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우려다. 이 문제는 지난 ‘다보스 포럼’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었다.

 

세계화 시대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지난 30여 년간 이 지구촌에 전무후무한 번영을 가져온 시대다. 

왜 이 시점에 우리가 이 대단한 시대의 종언을 걱정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소위 ‘제국 시대’와 ‘세계화 시대’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둘이 비슷하다. 여러 나라가 서로 문을 활짝 열고 빈번히 교류하는 현상이다. 

‘제국 시대’는 역사에 대략 3번 있었다. 첫째는 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 때였다. 두 번째는 12세기 몽골의 징키즈칸 시대였다. 그리고 최근 19세기 전반 프랑스의 나폴레옹 시대였다. 그러다 20세기 후반에 와서 인류는 뜻밖에 소위 ‘세계화 시대’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게 된다. 겉으로 보면 ‘제국 시대’와 비슷하지만 그 원인과 작동 원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림=이철원

 

세계화 시대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989년 9월 어느 날 갑자기 동(東)베를린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촉발되었다. 어느 날 동베를린 시민들이 방망이와 도끼로 베를린을 두 쪽으로 가르고 있던 장벽을 깨부수고 서(西)베를린으로 몰려가 버린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이에 필적하는 현상이 공산 독재국가 곳곳에서 일어나며 이곳 시민들이 민주국가 시민같이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이 바로 세계화의 근본 토대였다. 이후 지난 30여 년간 세계는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고 교역하면서 함께 이 지구촌의 떡을 엄청나게 키워냈다.

 

그렇다면 세계화 시대와 제국화 시대는 무엇이 다른 것인가? 겉으로 보면 비슷하다. 나라와 나라가 자유롭게 교역한다. 하지만, 둘 간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제국화’는 ‘국경의 개방’이긴 했지만, 그것은 무력에 의한 ‘강제적’ 개방이었다. 그러나 세계화는 ‘자발적’ 개방이었다. 아무도 ‘하라’고, ‘하지 말라’고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자발적으로 개방하고 소통하고 왕래하게 된 현상이었다. 그러면서 세계는 ‘하나’의 공동체로 일약 진화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게 되었는가? 

한마디로 나라 간 ‘가치 공유’가 이루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어떤 가치인가? 바로 민주주의적 가치였다. 

바로 세계 3대 강국이 그 가치를 공유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미국, 러시아(소련), 중국의 3대 강국이다.

 

우선 소련을 보자. 베를린 장벽 붕괴가 일어나기 약 4년 전부터 소련에서는 고르바초프의 주도로 민주화를 향한 

거대한 도정(道程)이 힘겹지만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 거대한 개혁이 한참 진행 중일 때 바로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기 때문에 그 민주화를 소련이 저지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불과 2년 후 소련 연방은 해체되고 러시아는 대통령을 직선하는 민주국가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이웃 나라 중국이 힘을 합쳤다. 바로 등소평(덩샤오핑)이라는 거인 덕분이었다. 등소평은 중국을 사실상 민주화시켰다.즉 국가주석의 10년 임기제를 만들고 자신이 가장 먼저 스스로 물러나고 선거로 후임자를 뽑았다. 

또 과감하게 국민에게 광범위한 경제적 자유를 허용했고 그것이 중국의 경제적 도약을 가능케 했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 나라, 미국, 중국, 러시아가 기본적으로 동일한 가치 즉, 

자유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수많은 나라도 이를 따라 하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세계가 크게 한 나라가 되는 듯한 효과를 내게 되었다. 

그 덕분에 ‘세계화 시대’라는 것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 세계화는 세계를 부자로 만들었다. 세계 전체가 공급 시장 겸 소비 시장이 되면서 그만큼 더 좋은, 더 싼 원료와 자재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물건은 더 싸지고 품질은 자연히 더 좋아진다. 일자리도 늘어났다. 세계 경제는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30여 년간 인류에게 큰 축복이 되었던 그 세계화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왜? 바로 그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근본적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동시에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있다.

 

최소 2036년까지 집권이 보장된 푸틴은 일찌감치 민주주의 체제를 내다 버렸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사실상 러시아가 더 이상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신봉하지 않음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도 비슷하다. 이번 가을에 시진핑의 3연임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시진핑이 사실상 러시아의 궤도를 따라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별로 없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지구촌에서 ‘가치 공유’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바로 ‘민주주의’라는 가치 말이다. 

단기적으로 가장 큰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여기서 반드시 러시아가 실패해야 한다. 

만약 러시아가 승리하면 그것은 중국의 야심에도 기름을 부을 것이다. 특히 대만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세계화’라는 모델의 매장을 의미한다.

 

그 피해자들은 바로 지구촌의 모든 시민이다. 그러나 세계화에서 특별히 혜택을 많이 받아온 한국은 몹시 큰 피해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우크라이나만을 위한 전쟁이 아 니다. 세계 모든 시민의 밝은 미래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다. 특히 한국엔 더 그렇다.

 

/ 조선일보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