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미션 임파서블 ‘서 일병 구하기’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0-09-23 03:00수정 2020-09-23 07:52
휴가명령서는 사전 발급이 원칙, 서 씨 사전에 휴가 신청했다는데
사후 휴가명령서는 있을 수 없어… 엄마만 사태 파악 못한 듯
역겨운 정치드라마 되고 있어
대학으로는 나와 같은 학번인 셈인 육사 43기 친구와 통화했다. 사병의 휴가 관리가 내가 군 복무하던 30여 년 전과 많이 달라졌나 궁금했는데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는 휴가 복귀 당일 미귀(未歸) 보고를 집에서 하는 휴가자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불가피하게 늦게 되면 귀대하면서 여기가 어디인데 여차여차한 이유로 늦는다고 보고를 한다. 게다가 요새 군대는 친절해져서 지휘관이 하루 이틀 전 전화를 걸어 복귀 여부를 확인한다. 예정에 없는 미복귀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사후에 휴가명령서가 작성되는 것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사병이 불가피하게 전화로 휴가 연장을 신청한다 해도 사전에 해야 하고 사전에 휴가명령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었는데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중요한 걸 한 가지 잊었다며 전화로 휴가를 연장할 경우 사유가 거짓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지휘관이 반드시 그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고 했다.
혹시 카투사는 다른 걸까. 미국 국적으로 주한미군에서 장성급으로 일했던 지인과 통화했다. 그는 미군과 카투사의 관계를 미군이 카투사를 한국군으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관계로 설명했다. 카투사 사병은 작전에서만 미군에 배속돼 미군의 지휘를 받을 뿐 인사 관리는 한국군의 지휘를 받는다는 말이다. 카투사에 복무해 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어서 새삼 거론한다는 게 창피할 정도다.
마침 조카가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서모 씨와 상당 기간 겹쳐서 같은 카투사 지역대(Area 1)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그와도 통화했다. 서 씨는 2017년 6월 23일 금요일이 2차 병가로부터 복귀하도록 예정된 날이었으나 복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미귀 사실은 6월 25일 일요일 저녁 점호 때 가서야 당직사병에 의해 발견됐다. 일부에서는 카투사 사병들이 대부분 외박을 나가는 금·토요일의 점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나 조카의 말은 다르다.
카투사 사병들이 한 숙소(barrack)에 9명 정도가 묵는다면 6, 7명 정도는 금요일 근무가 끝난 후 패스(외박허가)를 얻어 외박을 나갔다가 일요일 저녁 점호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것은 맞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2, 3명은 주말에도 남아있고 이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인원 확인이 이뤄진다.
조카가 중요한 말을 하나 했다. 당직사병은 육군 인트라넷으로 전날 보고된 인원 상황을 확인하고 당일 점호 후의 인원 상황을 육군본부에 보고한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처리된 휴가인데도 당직사병이 모르는 휴가는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육본 컴퓨터의 기록을 뒤져보면 금·토요일에 이미 서 씨 휴가가 연장 처리됐는지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았으니 일요일 당직사병이 미귀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카투사에서 지원반을 부사관이 맡을 때는 지원반장이라고 부르고 장교가 맡을 때는 지원대장이라고 부른다. 서 씨가 속한 지원반은 상사가 관리하지만 병가 중이어서 다른 지원반을 맡은 대위가 대신 관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6월 25일 당직사병이 서 씨의 미귀를 발견했을 때 뒤늦게 나타나 휴가 처리를 지시한 사람은 지원반장도 지원대장도 아니고 지역대 본부와 육본을 연결하는 업무를 담당한 김모 대위였다.
서 씨 측은 6월 21일 2차 병가 관련 진단서를 이메일로 제출하면서 휴가 연장을 문의했다고 주장한다. 그때도 김 대위와 보좌관이 통화했다. 보좌관은 김 대위의 ‘개인 연가를 쓰라’는 말을 구두 승인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한다.
조카가 복무할 때 이미 서 씨 엄마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서 씨 구하기는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는 한 미션 임파서블이다. 그 엄마만 아직 사태 파악을 못 하고 있는 듯하다. 서 씨 구하기가 성공한다면 그것은 멋진 액션 드라마가 아니라 역겨운 정치 드라마가 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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