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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목회컬럼 - 나니아의 봄을 기다린다

Joyfule 2009. 2. 28. 00:42


이동원목회컬럼 - 나니아의 봄을 기다린다



국민일보: 2006-02-11

영국의 천재 작가 C S 루이스 교수의 ‘나니아 연대기’가 영화화돼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나니아 연대기는 아동용이지만 어른들도 심사숙고하면서 읽어야 할 기독교적 은유로 가득 차 있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 시리즈의 처음인데 루시라는 소녀가 커크 교수 저택의 옷장을 통해 신비하고 흥미로운 요정의 나라 나니아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나라는 하얀 마녀가 마법을 걸었기 때문에 항상 겨울이 계속되고 크리스마스가 없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불행하게도 그런 나라가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슬픈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장롱을 통해서가 아니라 베이징 공항을 통해 겨울나라를 두어 차례 방문한 적도 있다. 그곳을 우리는 오랫동안 동토의 나라라고 불렀고 불행하게도 이 표현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한반도에서 오늘이라는 역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겨울나라에 봄이 오게 하고 크리스마스의 축제가 오게 할 것인가는 역사적 숙제가 되어 있다.

우리는 한동안 이 겨울나라에 봄이 오게 하는 방법으로 소위 ‘햇볕정책’을 실험해 보았다. 이 실험이 필요한 실험이었고 가치 있는 실험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실험으로 과연 이 겨울나라에 사는 요정들이 얼마나 봄의 축제를 누렸는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이 정책이 한두 명의 지도자 동지들의 머리에만 햇볕을 비췄던 것은 아닌지 이제라도 우리는 정직하게 평가하고 성찰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날에는 큰 정부보다는 작은 정부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매우 설득력 있는 정부관리론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 창구가 일원화된 대북교섭보다는 작은 NGO들의 손과 발을 풀어줘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민간 채널을 통한 대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달리 생존의 길이 없는 것을 안다면 북의 지도자들도 이런 다양한 접촉을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접촉이 금강산만이 아닌 북한의 모든 곳에서 모든 기관을 통하여 가능해질 때 북한땅 모든 곳에서 우리는 진정한 인간의 냄새를 주고받으며 자유의 춤을 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겨울나라의 가장 큰 희생자들은 자유를 실험하다가 수용소에 갇혀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는 북한 동포들,남녘에서 납치되고 포로로 끌려간 형제들,그리고 비인간적인 동토의 땅 변경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탈북민들이다.

필자는 아직도 자유의 이름을 위해 군부통치의 폭압에 맞서 그토록 용기 있게 싸워온 친구들이 인류의 자유를 대변하는 유엔에서 이들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찬성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을 계속하는 논리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국에 결코 우호적이지 못한 유럽 국가들이 이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평양에 가서 눈도장 찍는 일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이들의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위 사상 전환을 거부한 장기수들은 조건 없이 풀어주는 선심을 베풀면서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회담장에서 의제로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복음 선교를 위해 일하다가 북으로 끌려가 생사를 알지 못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이름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에 인권 회복과 종교의 자유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정권의 탄생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나니아의 얼어붙은 땅은 사자 아슬란의 희생과 죽음,그의 부활 소식으로 비로소 봄을 맞이한다. 그리고 하얀 마녀의 통치는 끝난다. 그 봄을 위해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지구촌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