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이래서 선진국이구나!
허리케인을 제외하고는 역사상 최대 규모 정전 피해를 당한 버지니아주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재난방송은 1일 밤에도 폭풍을 동반한 폭우가 예고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전기와 전화 회사는 "기상이변에 의한 폭풍의 우려가 끝난 뒤에나 파괴된 전기시설 복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5~7일 후에나 정상적인 전기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은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 등 미국 동부지역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1일에야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마트를 부랴부랴 찾아갔다. 최악의 경우 5~7일 동안 전기공급이 끊길 것을 대비해 물, 식량, 초를 장만하겠다는 심산이었다. 2009년 12월과 2월 예상치 못한 폭설을 당해 2주간 집에 갇혀 있었던 악몽도 있던 터라 덜컹 겁도 났다. 뒤늦게 달려가는 바람에 오전에 이미 생필품들이 동나 버렸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했다. 그러나 막상 마트 안에서는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민들은 1~2일치 정도의 먹을 물과 우유, 계란들만 샀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구매량을 줄였다고 했다.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남겨둬야 한다"는 계산대 앞의 동네 할머니 말에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길거리에는 수백 개 신호등이 멈춰섰지만, 그날 오전까지 보고된 교통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왕복 2차로부터 8차로까지 차량들은 스톱사인의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 먼저 도착한 차량부터 한 대씩 보내는 양보운전이었다. 대형 쇼핑센터에선 대부분 상점들이 문을 닫았음에도 인근 주민들이 40도를 넘는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자체 발전기로 에어컨을 돌려줬다. 아무도 누구를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벌어진 갑작스러운 재난에 각자가 자기 할 도리만 했다. 그날 하루 종일 한국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예보를 잘못한 기상청이 얻어맞고, 갑자기 전기가 나가거나 재난이 닥치면 관련 부처 장관이 사표를 내야 해결이 되는 나라. 무역이 늘어나고 돈을 많이 벌게 됐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갖게 된 재난의 날이었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paldo@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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