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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지상주의 + 포퓰리즘 = 詐欺(사기)

Joyfule 2012. 7. 19. 13:06

 

평등지상주의 + 포퓰리즘 = 詐欺(사기)
 
김종호/논설위원

 


 피땀 흘리며 열심히 노력했거나 그러지 않았거나 상관없이, 각자 가진 능력이나 소득 수준과도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똑같이 누리며 고르게 잘 살 수 있는 사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은 사회라는 사실을 역사가 입증한 지 오래다. ‘기회의 평등’ 아닌 ‘결과의 평등’을 지향하는 것은 노력과 경쟁의 동기(動機)부터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만인(萬人)의 무위도식(無爲徒食)과 거지화’로 공동체의 몰락을 초래한다.

 

고르바초프가 1990년 소련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앞서 1985년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 동유럽과 세계 질서에까지 일대 변혁을 불러온 역사적 사실의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듬해 2월23일 제27차 소련공산당대회에서 그가 개혁과 개방을 역설한 것은 소련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 요소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깨달은 결과였다. ‘평등’을 떠받드는 공산주의로는 낙오하기 마련이어서 국가와 국민에게 희망이 없고, 자본주의 덕목으로 그 결과에 따른 차등 역시 인정하는 ‘자율과 경쟁’을 중시해야 활로를 열 수 있다는 인식을 한 셈이다. 공산 독재를 통한 평등지상(至上)주의는 모든 인민을 도탄(塗炭)에 빠지게 하면서 국가의 몰락을 불러오는 독(毒)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북한의 실상은 평등지상주의가 모든 인민이 똑같이 혜택을 누리며 골고루 잘 살게 하는 이념이라는 선전이 얼마나 허황된 사기(詐欺)인지를 더 적나라하게 현재진행형으로 입증한다. 평등지상주의 실현과 완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강성 대국’이며, 그것은 모든 주민과 체제의 역량을 군사력 강화에 집중하는 선군(先軍)정치로 뒷받침된다는 궤변을 주창한 김정일과 후계자 김정은 체제가 다르지 않다.

 

그 구호가 현재 지구상에 유례가 없는 폐쇄적 독재 권력 자체를 위한 주민 세뇌용일 뿐이라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극단적 종북(從北) 좌파 인사들조차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김정일 사망 100일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밀입북한 뒤 104일 동안 머물면서 북한 정권·체제를 낯뜨거울 정도로 극찬하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지난 5일 돌아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 그보다 2년 앞서 지난 2010년 6월12일∼8월20일 같은 유(類)의 밀입북 행적으로 수감중인 한상열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등도 북한에 눌러 살려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주요 공당(公黨)들이 선거 때만 되면 평등지상주의 공약 경쟁을 벌이는 것은 비(非)이성의 또다른 전형이다. ‘보편적 복지’ 등 그럴듯한 외피(外皮)로 포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평등지상주의+포퓰리즘’인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지난 3일 “재벌가(家)의 아들과 손자에게도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는 현 제도가 공정한 사회에 맞는 것이냐”면서 전면(全面) 무상보육을 선별(選別) 지원으로 지금이라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에 이른 것은 비근한 예다.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에 반값등록금까지 ‘3+1’의 무상 시리즈를 당론으로 삼아온 민주통합당은 좌파 정당이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우파인 새누리당까지 평등지상주의와 포퓰리즘을 결합한 선동의 선점에 급급해하는 양상이다.

시행 4개월 만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고갈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자초한 것으로도 모자라 지난 4·11 총선 공약이라며 정부에 예비비 6200억 원을 억지로라도 끌어대 지속하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오는 12·19 대선에서도 평등지상주의 포퓰리즘의 약발이 여전할 것으로 여기는 것은 여당과 야당이 마찬가지다. 국가적 재앙이 닥치든 말든 권력만 차지하면 된다는 식이다. 미래 세대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떠안기고 국가를 절망의 나락(奈落)에 빠뜨리기 십상인 평등지상주의 포퓰리즘 공약은 앞으로 더 횡행할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에게 분별력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건강한 국민이 그런 사기에 속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