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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국회의원 활동·경비 公開 의무화해야

Joyfule 2013. 4. 30. 22:53

 

 

<포럼>국회의원 활동·경비 公開 의무화해야 

문화일보 | 기자 | 입력 2013.04.30 14:01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지난 2월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사회통합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5.6%만이 국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만 일삼는 '양치기 소년 국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에게 봉사하기보다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추한 모습에 국민이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국회의원에 대한 이미지도 최악이다. 미디어리서치가 올해 1월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국회의원의 이미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싸움꾼'이라는 응답이 압도적 1위(28.6%)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부정부패·비리'(15.8%), '권력 남용'(9.0%), '밥그릇 챙기기'(6.5%), '권위주의'(6.3%), '비(非)신뢰 집단(거짓말)'(5.4%) 순이었다. 이것이 현재 한국 국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이런 국회가 또 정치를 쇄신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국회 정치쇄신특위는 의원 세비(歲費) 삭감 등 국회의원 특권(特權) 내려놓기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심사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번에는 정말 믿어도 될까.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은 정치 쇄신 공약을 앞다퉈 내놨지만 국회는 정치쇄신특위에서 합의한 개혁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국회가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뼈를 깎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말로만 개혁을 외치지 말고 실질적인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수차례 정치 개혁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임시국회가 열릴 때마다 정치 쇄신 합의 사항을 공개(公開)하고 즉시 입법화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즉시 입법화 카드'가 시간만 끌다가 정치 쇄신을 교묘하게 거부했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끊어 버리는 수단이 되길 바란다.

둘째,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해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미국 연방 하원은 매년 2차례 문서로만 공개하던 의원들의 지출 내역을 매 분기마다 인터넷에 올린다. 우리 국회도 특정 업무경비, 활동비, 외교활동비 등 의원들의 모든 지출 내역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국회로부터 독립된 의회 윤리기관을 창설해 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비리 의원들을 신상필벌(信賞必罰) 차원에서 징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회가 외부로부터 견제와 감시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령,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총선 후보 공천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는 내팽개치고 지역구에만 내려가 활동하는 의원들이 선거에서 과도한 프리미엄을 얻는 것은 막아야 한다. 더불어 정책 활동은 게을리하고 인기 영합적인 발언에만 앞장서는 의원들을 응징할 수 있는 낙천·낙선 운동을 합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특권 내려놓기뿐만 아니라 의원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담대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가 퇴보를 넘어 저질화로 치닫고, 그 여파로 국민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으면 '국회무용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압도하는 불행한 행정 독주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런 비극을 막고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정치 쇄신안을 도출하고 실천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더불어 의원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부여된 특권이란 오직 국민을 대표하고 법을 만드는 것 외에는 '없다'는 각오로 쇄신에 앞장서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