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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에서 전사하거나 살아돌아온 장병들이 패잔병인가

Joyfule 2021. 6. 18. 03:34


2차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에서 전사하거나 살아돌아온 장병들이 패잔병인가



기자명 최보식의 언론

입력 2021.06.17 08:38

수정 2021.06.17 10:59


패잔병이란 전투 의지 없이 지휘체계가 붕괴된 채 지휘부의 명령도 듣지 않고

전투지역에서 도망하는 병사들을 패잔병이라고 한다


*전직 군인이라고만 밝힌 필자의 페북글 ‘무명인의 국방이야기’를 그대로 소개한다. 우리가 군대와 전투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적 관점을 제시하고 하고 있다 (편집자 주)

냉정하게 이야기하자. 1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은 우리 해군의 승리이고, 2차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은 우리의 패배가 맞다.

구구절절이 2차연평해전에서 적의 사상자 수가 우리보다 많고, 등산곶 684정이 거의 침몰 직전까지 갔으니 우리가 승리했다는 ‘정신 승리’는 하지 말자.

우리는 참수리 357정을 잃었고, 적은 잃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 때에도 우리는 천안함을 잃었고, 그 후에 보복조차 못 했다. 아니 그 이후에 연평도 민간인 밀집지역에 포격을 받고도 반격조차 못 하는 얼빠진 정권을 두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패배했다고 해서 그런 역사는 그냥 쉬쉬하고 덮어야 하는가?

해당 전투에 참전해서 죽고 다치고, 살아남았어도 PTSD에 시달리거나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참전용사들은 패잔병인가?

미군은 자신들의 승전기록보다 패전기록을 훨씬 자세히 엄청난 양으로 조사해서 남겨 둔다.

그리고 자신들의 병기에 가해진 피해와 작동 불량, 기능 고장, 장단점, 피격/피습 이후의 대응, DAMAGE CONTROL 조치 사항, 지휘부의 전장 상황 판단에 있어서의 고려 요소와 판단내용, 그에 따른 지휘 조치와 그 결과, 교훈과 향후 무기체계 개발/획득과 훈련/전술 등에 대한 반영사항을 기록한다.

그리고 패전의 와중에도 영웅을 찾아내고 영웅을 홍보하고 훈장을 수여한다.

미군의 최고훈장인 Medal of Honor를 받은 군인들은 승리한 전투보다, 포위당한 전투, 패배한 전투, 후퇴한 전투에서 전우들을 구출하거나 용맹하게 싸운 사람들이 훨씬 많다.

압도적인 물량과 제공권 등을 장악하고 적의 손목을 비튼 상태에서 시작하는 미군의 공세에서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패배는 너무나 뼈아프고 슬프고 분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이라고 패전이 부끄럽지 않고 창피하지 않아서 자신들의 치부까지 낱낱히 까발릴까?

순간의 수치보다는 미래의 승리가 훨씬 중요하고, 병사들의 생명이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에서 몇 가지를 보았다.

제2차 연평해전에서 정치권 상부에서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 고려에 의한 말도 안되는 교전규칙(먼저 발포하지 마라, NLL을 침범해도 경고하고 밀어내기부터 하라 등등) 때문에 2 : 1의 숫적 질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적에게 근거리 기습을 허용하였다는 점.

제2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연평해전'의 한장면 / YUTUBE

근거리 기습에 의해 치명타를 입을 경우 숫적우세는 금방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 등을 보았다.

반면, 기습 시작과 동시에 지휘관인 정장이 전사하고, 부지휘관인 부장은 다리가 절단되면서 무력화가 되어 지휘부가 없어진 상태에서도 357정의 대원들은 우수한 지휘관 아래에 모인 우수한 병사들답게 자기의 전투 위치에서 누구 한 명 이탈하지 않고 교전에 임했고, 전투가 끝나는 그순간까지 전투 위치를 벗어난 사람 하나 없이 적의 등산곶 684정에게 가능한 한 최대한의 타격을 가했다.

천안함 폭침에서 우리는 합참과 해군 작전사령부의 안일한 전장 위협 분석을 보았다. 서해는 수심이 낮고 장애물이 많아 잠수함 전에 맞는 환경이 아니므로 적의 잠수함은 침투 목적 이외에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위협 분석. (사실 나도 천안함 피격 전까지는 서해상에서의 잠수함 운용은 미친 짓에 가깝다고 봤었다.)

예로부터 적은 항상 방어측의 허를 찔렀다.

천애의 장애물 알프스를 넘어간 한니발과 나폴레옹,

숲이 울창하여 기계화 부대가 기동하기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이용한 제2차대전 초기 프랑스 전역에서의 독일군 서부집단군,

조수간만의 차가 너무 심해서 상륙작전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된 인천에 상륙을 감행한 맥아더 장군,

한반도는 산악지형과 논이 많아서 전차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편견을 박살내버린 북한군 105전차사단.

그 밖의 수많은 편견을 이용한 사례가 있음에도 우리 해군은 잘못된 적정판단과 정보분석을 해서 예하부대로 하달했고,

그 결과 대잠전 능력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천안함과 속초함 등 콜벳 초계함들이 최전방에서 초계임무에 알몸을 노출하고 초계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운명의 날 며칠 전 적의 잠수정이 미식별되고 우리 측에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보고는 분명히 접수되었음에도 일선 부대에는 하달되지 않고 사장되었다.

그럼에도 피격 후 천안함의 생존자들은 평시의 훈련결과와 엄정한 군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이 학생들과 기타 탑승객들을 버리고 자신들만 탈출했고,

이탈리아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좌초했을 때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가 승객들을 내버리고 제일 먼저 도망쳐 버린 것과 달리, 천안함의 승조원들은 피격 직후부터 혼란한 상황에서도 상부에 피격/침수/좌초 등 자신이 생각하는 사고 원인/상황보고와 함께 구조를 요청했으며, 90도로 옆으로 넘어간 함수부 곳곳에 갇힌 전우들을 목숨을 걸고 구출했고, 마찬가지로 옆으로 넘어간 함장실에 갇혔던 함장이 승무원들의 도움으로 탈출해 나온 후에는 함장의 지휘 아래 피해정 도를 확인 후 상부에 "어뢰피격과 보복작전 요청"을 보고하고 최후의 1인까지 모두 안전하게 탈출했다는 것을 확인 후에야 부장 그리고 함장이 이함을 했다.

그후로도 11년간 합참과 해군의 당시 수뇌부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아무런 정보나 탐지장비도 갖지 못한 채 정상 작전지침대로 경계임무를 수행하다가 격침이라는 치욕을 맛본 천안함 함장과 승무원들에게 ‘패잔병’, ‘함정을 잃은 군인’이라는 꼬리표를 주었다.

그럼에도 함장과 생존 승무원들은 똘똘 뭉쳐서 서로서로를 도왔다.

진정한 전우애가 무엇인지, 지휘관으로서 부하를 책임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었다.

과연 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에서 전사하거나 다치거나 살아돌아온 장병들이 패잔병인가?

전투에서 졌다고 해도, 불리한 교전규칙이나 기습 상황,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에서 초인적 투혼을 발휘해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 질서정연하게 생존자들과 부상병들을 챙겨서 이함한 357정과 천안함의 승무원들은 패잔병인가?

패잔병이란 전투의 의지없이 지휘체계가 붕괴된 채 지휘부의 명령도 듣지 않고 전투지역에서 도망하는 병사들을 패잔병이라고 한다.

그 누가 패잔병이란 말인가?

기습을 허용하거나 전투에서 패배했어도 지휘계통과 건제를 유지하고 퇴각한 군인들을 패잔병이라 부르고, 그런 패배를 당한 지휘관들은 무조건 총살이나 중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 누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한니발에게 티키누스 전투와 트레비아강 전투 등에서 패배했던 스키피오(물론 총지휘관은 아니었다.)를 패잔병이라고 한직으로 보냈다면, 히스파니아의 한니발군을 격퇴시키고, 자마전투에서 승리해서 카르타고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을까?

맥아더 장군을 필리핀 전투의 패전과 코레히돌 요새에서 혼자만 도망쳐 나왔다고 처벌했으면 2차대전 후기의 미 육군 승리와 한국전에서의 드라마틱한 반격을 성공시킬수 있었을까?

녹둔도에서 여진족에게 기습공격을 허용했던 이순신 만호를 책임을 물어 귀양을 보내거나 참수를 했다면 우리는 임진왜란의 빛나는 대첩들인 한산도, 명량, 노량대첩 등을 기억할까?

코레히돌 요새에서 항복했던 웨인라이트 중장, 대전전투에서 사단의 건재가 와해되는 패배를 당하고 후퇴 중 포로가 된딘 소장 등을 푸대접했단 말인가?

미 항모 요크타운 함장 엘리엇 벅마스터 대령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군에게 격침당한 항공모함 요크타운의 함장이었던 엘리엇 벅마스터 대령은 최후로 이함했고, 후에 해군 중장까지 진급했다.

2차 대전 중 미해군을 700척이 넘는 함정을 전투/비전투 중 상실했지만 단 한명 인디애나폴리스의 멕베이 대령만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그마저도 사면으로 복직해서 소장까지 진급했다.

일본 해군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인디애나폴리스 함

셰필드 함의 함장으로서 아르헨티나 해군에게 엑조세 미사일을 얻어맞고 격침당한 영국 해군의 셸 솔트 중령은 후에 해군 소장까지 진급했다.

포틀랜드 전투 당시 아르헨티나 해군 엑조세 미사일에 피격 당해 침몰 한 영국 해군 셰필드 함의 함장 셸 솔트 중령

기타 수많은 다른 사례를 들지 말자.

357정과 천안함의 승조원들이 규정과 예규를 지키지 않고 태만한 근무를 했다가 적에게 기습을 당해서 함정을 잃은 게 아니다.

상부의 말도 안되는 교전규칙을 성실히 따르면서 전투를 수행하거나, 상부의 너무나 낙관적이고 자의적인 적정 분석과 그에 따른 전투 초계지침을 성실히 따르면서 초계임무를 수행하다가 함정을 잃었다.

누구의 잘못인가?

적정과 적의 의도를 제대로 판단 못 하고 비현실적인 교전규칙과 전투초계지침을 내려준 정치권과 군 수뇌부의 잘못인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열악한 장비(357정은 40미리 수동포와 20미리 발칸이 중화기의 전부, 천안함은 액티브 핑과 청음모드만 가능한 1970년대 제작된 염가형 SQS-58 함저 소나만 탑재)로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한 참전 장병들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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