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에 기대어 - 고영민 활짝 핀 목련꽃을 표현하고 싶어온종일 목련나무 밑을 서성였네하지만 봄에 면해 있는 목련꽃을 다 표현할 수 없네 목련꽃을 쓰는 동안 목련꽃은 지고목련꽃을 말해보는 동안목련꽃은 목련꽃을 건너캄캄한 제 방(房)에 들어천천히 귀가 멀고 눈이 멀고 휘어드는 햇살을 따라목련꽃 그림자가 한번쯤 내 얼굴을 더듬을 때목련꽃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 봄 내내 나는 목련꽃을 쓸 수도말할 수도 없이그저 꽃 다음에 올 것들에 대해막막히 생각해보는데 목련꽃은 먼 징검다리 같은 그 꽃잎을 지나,적막의 환한 문턱을 지나 어디로 가고말라버린 그림자만 후두둑,검게 져내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