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小 曲 1.2.3. ㅡ 황동규

Joyfule 2008. 3. 3. 01:52
  
小 曲 ㅡ  황동규
1.  내 처음으로 마음속에 당신을 그렸을 때
나는 불 속을 걷는 것 같었습니다
바위 위에 하나의 금이 기어가듯
그렇게 가는 것 같었습니다
하나의 불길 속을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조용함이었습니다
타는 불 너무 조용해서 귀 속과 귀 밖이 구별 안되는
그러나 귀 기울이며 다가가는
뜰에 선 나뭇가지의 잎 하나하나가 뒤집혀
재로 사그러지는 외로움에로...
내 처음으로 마음속에
당신을 그렸을 때
2.  언젠가 지나가는 강물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그 속에 또 흘러가는 구름을 보았습니다
강물을 들여다보는 나를 들여다보는 당신
나를 지나가게 하며
또 무엇인가 내 속에 흘러가게 하는
흐르는 구름 속에 때로 햇빛이
축포처럼 터지고, 소리는 들리지 않는
그런 마음을 다시 내 마음 속에 띄우는 당신
3.  내 마음 안에서나 밖에서나 혹은 뒤에서나
당신이 언제나 피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끝이 있는 것이 되고 싶었습니다
선창에 배가 와 닿듯이
당신에 가까워지고
언제나 떠날 때가 오면
넌즛이 밀려나고 싶었습니다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바라고 있지 않았던 것을
창밖에 문득 흩뿌리는 밤비처럼
언제나 처음처럼 휘번뜩이는 거리를
남몰래 지나가고 있었을 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