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가을 - 김광섭

Joyfule 2005. 11. 5. 01:36

      가을 - 김광섭 여름 하늘이 밀리면서 훤해지는 가을 높은 하늘에서 흰 빛깔이 내리니 젊음과 꿈의 푸른빛이 멀리 건너편으로 날린다 천지 허전하여 귀뚜라미 마루 밑으로 기어들고 가뭄에 시달린 가마귀들 빈 밭에 모여서 운다 서풍 찬 바람에 나무 잎새들이 힘없이 진다 장미 꽃잎이 우시시 지는 소리에 가슴이 울린다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을 따라가는 것이 더 많다 갈대와 같이 조용히 생각하는 철 돌도 생각에 잠든 빛 산이 익어서 산마다 단풍이 들며 단풍이 빨갛게 타서 풀지 못한 염원의 제석(祭石) 위에 피를 흘리며 딩군다 기러기가 갈갈 울며 고향 하늘을 향해 간다 따라 못 가는 서러움 꽃보다 짙은 단풍의 강토 싸늘한 바람과 가냘픈 햇빛에 뉘우치며 혼자 생각는 가을 잊어버린 노래가 구름에 흘러가는 병든 향수의 길 서러운 세월이 가고서도 서러운 세월이 겹쳐서 인간 천년의 꿈이 한 마리 산새만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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