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쉬어가는곳

건망증 가족

Joyfule 2011. 3. 12. 14:10

 

    
       건망증 가족
    1.
    전화받다가 엄마가 태워먹은 수많은 냄비들.. 또 전화가 온다.
    엄마는 실컷 친구들과 얘기를 하던 그 순간 아차차!
    "얘, 잠깐만 기다려. 가스불 끄고 올께."
    엄마는 자신의 영민함에 뿌듯해 하며 가스불을 끈다.
    그리고 나서 아까 하던 김장 30포기를 마저 한다.
        2.
    은행에 간 엄마.. 오늘은 거의 완벽하게 준비했다.
    통장이랑 도장, 공과금 고지서도 다 갖고 왔다.
    이젠 언니한테 송금만 하면 정말 오래간만에 아무 일 없이... 
    은행에서 볼일을 보게 된다.
    은행원 앞에 자랑스런 얼굴로 서있는 엄마.
    은행원도 놀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송금하시게요? 잘 쓰셨네요. 음, 전화번호를 안 쓰셨네요.
    집 전화번호를 써야죠."
    결국 엄마는 그날 송금을 못 하고 말았다. 
     3.
    부창부수라고 아버지도 만만찮다.
    출근하느라 정신없는 아버지. 서류가방 들랴,
    차 키 챙기랴, 염색약 뿌리랴, 한바탕 전쟁을 치룬 뒤
    무사히 출근에 성공한다.
    한참을 운전하던 아버지.
    뭔가 빠뜨린 것 같아 핸드폰을 꺼내 집으로 전화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통화가 안 된다.
    아버지는 욕을 해대며 다시 걸어보지만 여전히 통화는 되지 않는다.
    그날 엄마와 난 하루종일 없어진 TV 리모콘을 찾아 헤매야 했다. 
      ㅎ ㅎ 지송^^
    4.
    엄마가 오래간만에 미장원에 갔다. 주인이 엄마를 반긴다.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네, 덕분에.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머리 손질 좀 빨리 해주시겠어요?
    시간이 없으니까 30분 안에 완성해 주세요."
    "30분 안에요? 네, 알겠어요."
    한참 손질하던 주인이 말했다.
    "이왕 오신 거 머리를 마는 게 어때요? 훨씬 보기 좋을 텐데..."
    훨씬 보기 좋다는 소리에 솔깃한 엄마.
    "그럼 어디 간만에 파마나 해 볼까..."
    그렇게 엄마를 머리를 말았다. 꼭 3시간 걸렸다.
    머리를 만 채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온 엄마. 집안의 공기가 썰렁했다.
    그후 엄마는 언니의 결혼식을 비디오로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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