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2004, Road)
국가 : 한국
감독 : 배창호
출연 : 배창호 / 강기화 / 설원정
<줄거리>
장터가 아직 우리 삶에서 풍요로웠던 70년대 중반,
태석은 이십년 넘게 무거운 모루를 지고 각지의 장터를 떠도는 대장장이다.
다음 장을 향해 길을 가던 중 그는 서울에서 내려온 신영이라는 여공을 만난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가는 길이라는 그녀는 장례식에 어울리지 않는
빨간 코트에 커다란 ‘스마일’뱃지를 단,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처녀.
태석은 신영을 버스를 탈 수 있는 곳까지 데려가 주기로 한다.
길 위에서 태석은 줄곧 옛날을 떠올린다.
세상 없이 사랑했던 그의 아내, 그녀가 있어 매번 돌아갔던 작은 초가집,
가장 절친했던 친구 득수, 그러나 그로 하여금 지난 이십여년간 집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했던 득수의 배신까지 그는 기억 속의 길을 미움과
그리움 속에 걷는다. 그리고 태석은 신영이 그 원수 같은 득수의 딸임을
알게 되고,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나는데…
<영화해설>
<길>은 사랑과 용서에 대한 영화다.
주인공 태석은 부인을 그토록 사랑할 수 없었다.
함께 장을 도는 못난 친구 득수 또한 그토록 사랑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정 많은 사내인 태석이 그 둘에게 느낀 배신감은 20년을 집 없이 홀로
걷고도 치유되지 않는 깊은 상처일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쉽게 사람들을 덜컥 믿어 버리는 탓에 신영 또한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세상 가득 있을 만큼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두 사람은 함께 길을 걸으며
산 속 외딴 마을로 간다. 누구도 따뜻이 어루만져주지 않았는데도 길 끝에서
두 사람은 용서하고 용서받는다. 그러고도 그들의 앞엔 한없이 갈 길이 남아서,
무언가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길의 의미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