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오래된 상처 - 김나영
어릴 적,
넘어진 무릎에 딱지가 앉기 시작하면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딱지를 뜯었다.
팽팽한 새 살을 이불처럼 끌어 당기던 상처가
내 손톱 밑에서 피를 흘리며 더디게 더디게 아물어 갔다.
심심한 날에 놀이감이 되어 주었던 상처,
꼬들꼬들 굳어가던 딱지 밑,
아픔과 간지러움 사이에 숨죽이고 있던
상처의 묘한 쾌감을 몰래 꺼내서 가끔씩 맛보았다
내 몸은 상처의 온실,
상처가 내 몸속으로 쓴 뿌리를 밷어 가고 있다.
갈비뼈 사이에 실뿌리를 내리던 상처가,
뿌리 혹 박테이아처럼 번식하던 상처의 뿌리가 ,
내 피를 빨아 먹으며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
내 몸이 상처를 먹여 살리고 있구나,
내 몸은 상처의 텃밭이었구나 .
아프고 근질근질한 ,아물지 않는 ,
나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 깊고 오래된 상처가
내 몸을 친친 옮아 매고 있다.
죽은 몸에는 상처가 둥지를 틀지 않는다.
내가 살아 있어 내 슬픔도 푸들푸들 살아 있다.
슬픔의 힘이 나를 밀고 간다.
손톱 밑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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