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깊고 오래된 상처 - 김나영

Joyfule 2008. 2. 16. 02:24


 
      깊고 오래된 상처 - 김나영 어릴 적, 넘어진 무릎에 딱지가 앉기 시작하면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딱지를 뜯었다. 팽팽한 새 살을 이불처럼 끌어 당기던 상처가 내 손톱 밑에서 피를 흘리며 더디게 더디게 아물어 갔다. 심심한 날에 놀이감이 되어 주었던 상처, 꼬들꼬들 굳어가던 딱지 밑, 아픔과 간지러움 사이에 숨죽이고 있던 상처의 묘한 쾌감을 몰래 꺼내서 가끔씩 맛보았다 내 몸은 상처의 온실, 상처가 내 몸속으로 쓴 뿌리를 밷어 가고 있다. 갈비뼈 사이에 실뿌리를 내리던 상처가, 뿌리 혹 박테이아처럼 번식하던 상처의 뿌리가 , 내 피를 빨아 먹으며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 내 몸이 상처를 먹여 살리고 있구나, 내 몸은 상처의 텃밭이었구나 . 아프고 근질근질한 ,아물지 않는 , 나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 깊고 오래된 상처가 내 몸을 친친 옮아 매고 있다. 죽은 몸에는 상처가 둥지를 틀지 않는다. 내가 살아 있어 내 슬픔도 푸들푸들 살아 있다. 슬픔의 힘이 나를 밀고 간다. 손톱 밑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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