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가정세우기

남자는 격려를 원한다.

Joyfule 2005. 3. 24. 10:47
 
    남자는 격려를 원한다. 빛나는 갑옷을 입고 여행길에 오른 기사가 있다. 말을 타고 길을 가던 그는 갑자기 여인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듣게 된다. 순간 그는 온몸에 혈기가 솟는 것을 느낀다. 전속력으로 말을 달려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성에 이른 기사는, 용이 그녀를 가두고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는 당장 검을 빼어 그 용을 처치한다. 공주는 자기를 구해 준 기사를 마음으로 부터 받아들인다. 성 문이 열리고, 그는 공주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는다. 사람들은 그에게 마을에서 함께 살기를 청하고 그를 영웅으로 떠받든다. 공주와 그는 사랑에 빠진다. 한달 후, 그 훌륭한 기사는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기의 사랑하는 공주가 도와 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또 그 용이 성을 공격한 것이다. 기사는 용을 죽이려고 검을 뺀다. 그가 막 칼을 휘두르려는데 공주가 성루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외친다. "검보다는 올가미를 쓰세요. 그게 더 나을 거예요." 그녀는 그에게 올가미를 던져 주며 몸짓으로 그 사용법을 일러 준다. 기사는 주저하면서 그녀의 지시에 따른다. 그는 용의 목에 올가미를 던져 힘껏 잡아당긴다. 용은 죽고 마을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축하 파티에서 그 기사는, 사실 자기가 한 일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 됐건 그녀의 지시대로 검을 쓰지 않고 올가미를 사용해 용을 잡았기에 그는 마을 사람들의 신뢰와 찬미의 대상이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조금씩 활기를 잃어가고 갑옷에 윤을 내는 일도 그만 시들해진다. 한 달쯤 있다가 그는 또 여행을 떠난다. 그가 검을 챙기려는데 공주가 그것보다는 올가미를 가지고 가라며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여행을 끝내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성을 공격하고 있는 또 한마리의 용을 만난다. 그는 검을 들고 돌진하려다가 올가미를 사용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하느라고 잠시 머뭇거린다. 그 사이에 용이 불을 뿜어 기사는 오른쪽 팔에 화상을 입는다. 당황한 그는 성루 위를 올려다보고, 공주는 그에게 손을 흔들며 이렇게 외친다. "독약을 쓰세요. 올가미는 소용없어요." 그년가 독약을 아래로 던지자 그는 그것을 받아 용의 입 속에 쏟아붓고, 마침내 용이 쓰러진다. 모든 이들이 기뻐하고 축하해도 그는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한 달 후 그는 또다시 여행을 떠난다. 검을 가지고 가려는 그에게 공주는 조심하라고 이르며, 그것보다는 올가미와 독약을 가지고 가라고 한다. 그는 그녀의 지시에 기분이 언잖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그것들을 챙긴다. 여행길에서 이번에는 다른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된 그는 예전처럼 자신감이 솟아오르고 기운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용을 죽이려고 칼을 빼려다가 그는 다시 망설인다. 그는 생각한다. '칼을 써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올가미를 쓸 것인가?.... 잠시 그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곧 그는 공주를 알기 전, 오직 검만을 지니고 다니던 때라면 자기가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는 새로이 자신감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며 올가미와 독약을 다 던져 버리고 검을 택한다. 그가 용을 쓰러뜨리자 마을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용의 죽음을 기뻐한다.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는 다시는 공주에게로 돌아가지 않았다. -화성남자, 금성여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