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겨울나무 - 박기동
저 창밖에 겨울나무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지난 가을 일찌감치 자기 몫을 다한 이 파리들을 모두 지우고
손이란 손은 모두 벌받듯이 하늘 향해 높이 들고
온몸으로 눈보라 속에서 강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거기에만 겨울나무가 삭풍을 견디는 것은 아닙니다
내 안에도 언제부터인가
겨울나무 한 그루 들어와 서 있습니다
전염성 강한 연두색 불씨 하나 터뜨리면서 밀어내면서
뿌리는 지난 가을보다 더 힘을 주고 있습니다
자기 몸 속을 천천히 오르는 수액을 붙잡아 세우고
겨울나무는, 내가 얼마나 새순을 밀어내려 애쓰는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온 세상에 통사정합니다
겨울나무 몸 속을 들어가보면
봄나무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새로 태어나고 싶은 열망들이 모여
수액으로 솟아오른다면 새 아침이 열리리라는 희망
겨울나무 몸 속에서 뜬금없이
연초록 새순을 밀어올리는 봄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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