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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겨울나무 - 박기동

Joyfule 2008. 1. 16. 01:35
  
내 안의 겨울나무 - 박기동    
저 창밖에 겨울나무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지난 가을 일찌감치 자기 몫을 다한 이 파리들을 모두 지우고 
손이란 손은 모두 벌받듯이 하늘 향해 높이 들고 
온몸으로 눈보라 속에서 강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거기에만 겨울나무가 삭풍을 견디는 것은 아닙니다 
내 안에도 언제부터인가 
겨울나무 한 그루 들어와 서 있습니다 
전염성 강한 연두색 불씨 하나 터뜨리면서 밀어내면서 
뿌리는 지난 가을보다 더 힘을 주고 있습니다 
자기 몸 속을 천천히 오르는 수액을 붙잡아 세우고 
겨울나무는, 내가 얼마나 새순을 밀어내려 애쓰는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온 세상에 통사정합니다 
겨울나무 몸 속을 들어가보면 
봄나무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새로 태어나고 싶은 열망들이 모여 
수액으로 솟아오른다면 새 아침이 열리리라는 희망 
겨울나무 몸 속에서 뜬금없이 
연초록 새순을 밀어올리는 봄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