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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느니 ㅡ 김동환(金東煥)

Joyfule 2022. 12. 17. 02:06



눈이 내리느니 ㅡ 김동환(金東煥) 


북국에는 날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의 굿볼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보내느니. 

백웅이 울고 북랑성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리워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둥켜 안고 적성을 손가락질하며 
얼음 별에서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치는 이방인의 새파란 눈알 보면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장 드는 소리에 쇠방울 솔 잠겨지면서. 

호오, 흰 눈이 내리느니, 보오얀 흰 눈이 
북새로 가는 이사꾼 짐짝 위에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