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화이야기

도가니

Joyfule 2011. 10. 3. 00:01

 

"도  가  니"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도가니>의 흥행세가 뜨겁다.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하니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한 장애인학교에서 교장, 행정실장, 교사 등이
청각장애가 있는 어린 학생들을 성폭행한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부모가 없고, 자기방어력도 거의 없는 아이들이
자신들을 보살피고 사랑해줘야 할 어른들에게
오히려 무참히 짓밟혀 가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소설의 텍스트로 그려졌던 참혹한 사건은 스크린을 통해
구체적인 영상으로 형상화되면서 관객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불편함만 주는 것은 아니다.
실화가 주는 진한 설득력과 진실성으로 인해

관객들은 불편함을 뛰어넘어 분노를 느끼게 된다. 
관객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지점은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아이들을 참혹하게 유린한 가해자의 만행 그 자체이며,
두 번째는 그런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사, 검사, 변호사의 카르텔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흘렀지만

가해자는 마땅한 죗값을 치르지 않고,
피해 학생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처참한 현실이다. 

이처럼 영화 <도가니>가 관객들에게 주는 가장 큰 정서는 '분노' 이다.
따지고 보면 영화 <도가니>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역시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신문을 통해 실제 사건을 알게 된 작가 공지영의 분노가 소설을 쓰게 했고,
그 소설을 읽은 배우 공유의 분노가 영화 제작을 제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인터넷을 중심으로 실제 사건이 있었던 광주인화학교를 폐교해야 한다는

아고라 청원과 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것도

영화를 본 관객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영화 <도가니>에 등장하는 청각장애 아이들은 이 사회의 가장 약자다. 사회는 이 아이들을 감싸 안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도가니>는 단순히 영화적 재미와 감동을 뛰어 넘어
사람들에게 사회현상에 '분노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또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분노 그 다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대사가 있다.
"이런 일에 휘말려봐야 득 될 게 없어!" 
이 대사는 성폭행 당한 아이들 편에 서서힘겨운 싸움을 벌여가고 있는

 주인공 인우를 회유하기 위해인우의 대학 은사가 한 말이다.

 

주인공 인우는 성폭행 가해자를 중심으로 한 강자의 카르텔과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약자의 연대 가운데서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즉 인우의 시점과 포지션이 바로 관객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지점인 것이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회적 정의와 개인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게 되거나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주변으로부터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누워라' 등의 말로
자신에게 '득(?)'이 되는 비겁한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영화 <도가니>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학생의 보호자는

지배계급의 회유와 겁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약자다.

도가니의 실제 사건이 일어난 곳은 광주광역시 ‘광주인화학교’ 다. 
사회복지법인 ‘우석’이 운영하는 청각장애인 학교다. 
2005년 6월 내부 직원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할 때까지, 

 학교는 비밀을 숨긴 채 고요했다. 2006년 재단 이사장의 차남인 행정실장 김모(63)씨와

 기숙사 ‘인화원’ 의 생활지도교사 이모(40)씨가 장

애인 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1년과 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 인화학교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씨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되자 방청석에 있던 청각장애인들이 알 수 없는 소리로 울부짖었다” 고 썼다. 교직원들이 조직적으로 학생을 유린한 사건에 가벼운 형량이 선고되자, 곳곳에서 비판이 일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피해규모는 더 컸다.

 학교 교장이 성폭력에 가담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졸업생의 증언이 이어짐에 따라 드러난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지적 장애인이었던 A(18)양은 이들에게 12살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A양은 “아버지가 청각장애 2급이고 어머니 역시 정신지체 1급의 장애인이라 도와줄 수도 없었다”고 했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 한 학생은 방학 내내 교직원들의 성 노리개가 됐다. 가난했던 이 학생은, 무료로 운영되는 기숙사말곤 달리 있을 곳이 없었다. 2007년 3월부터 인화학교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했다. 인권위는, 구속됐던 2명을 포함, 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교장 김모 등, 모두 6명의 교직원을 상습 성폭행과 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었다. 당시 인권위는, “특수학교와 생활시설의 교직원들은 범죄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진술과 참고인들의 증언·기타 정황으로 미루어 중·고등부 학생들을 강간하거나 성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교장 김씨는 2004년 당시 청각장애 4급인 13세 여아를 교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장애 학생의 진술이 일정하고, 목격자가 있다” 면서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교장과 기숙사 생활지도교사 등 2명은 즉각 항소했다. 이들은 2008년 7월 광주고법 항소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다. 남학생들까지 성추행했던 기숙사의 생활지도교사와 청각장애인 지도교사는 그 후 학교를 그만뒀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끝까지 버티던 교장 김씨는 2009년 7월 췌장암으로 숨졌다. 행정실장이었던 그의 동생은 만기출소 후 재배 산삼 등의 건강식품을 파는 사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 6년이 넘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학교법인 ‘우석’은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는 현재까지 법정투쟁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