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도장골 시편 - 김신용

Joyfule 2007. 3. 13. 01:13
     
    도장골 시편 - 김신용
    - 부빈다는 것 -
    안개가 
    나뭇잎에 몸을 부빈다
    몸을 부빌 때마다 나뭇잎에는 물방울들이 맺힌다
    맺힌 물방울들은 후두둑 후둑 제 무게에 겨운 
    비 듣는 소리를 낸다
    안개는, 자신이 지운 모든 것들에게 그렇게 스며들어
    물방울을 맺히게 하고, 맺힌 물방울들은
    이슬처럼, 나뭇잎들의 얼굴을 맑게 씻어 준다
    안개와
    나뭇잎이 연주하는, 그 물방울들의 화음(和音).
    강아지가 
    제 어미의 털 속에 얼굴을 부비듯
    무게가
    무게에게 몸 포개는, 그 불가항력의
    표면 장력,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힐 때마다, 제 몸 풀어 자신을 지우는
    안개.
    그 안개의 입자(粒子)들
    부빈다는 것
    이렇게 무게가 무게에게 짐 지우지 않는 것
    나무의 그늘이 나무에게 등 기대지 않듯이
    그 그늘이 그림자들을 쉬게 하듯이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 조은길  (0) 2007.03.15
웃음의 힘 - 반칠환  (0) 2007.03.14
사랑혹은 그리움 - 조병화  (0) 2007.03.12
봄길과 동행하다 - 이기철  (0) 2007.03.11
섬진강2 - 김용택  (0) 2007.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