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장골 시편 - 김신용 - 부빈다는 것 - 안개가 나뭇잎에 몸을 부빈다 몸을 부빌 때마다 나뭇잎에는 물방울들이 맺힌다 맺힌 물방울들은 후두둑 후둑 제 무게에 겨운 비 듣는 소리를 낸다 안개는, 자신이 지운 모든 것들에게 그렇게 스며들어 물방울을 맺히게 하고, 맺힌 물방울들은 이슬처럼, 나뭇잎들의 얼굴을 맑게 씻어 준다 안개와 나뭇잎이 연주하는, 그 물방울들의 화음(和音). 강아지가 제 어미의 털 속에 얼굴을 부비듯 무게가 무게에게 몸 포개는, 그 불가항력의 표면 장력,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힐 때마다, 제 몸 풀어 자신을 지우는 안개. 그 안개의 입자(粒子)들 부빈다는 것 이렇게 무게가 무게에게 짐 지우지 않는 것 나무의 그늘이 나무에게 등 기대지 않듯이 그 그늘이 그림자들을 쉬게 하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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