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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어머니 - 김정희

Joyfule 2006. 2. 6. 01:10

      매화꽃 어머니 - 김정희 어머니! 봄바람 부는 언덕 홀로 선 매화나무 가지마다 연분홍 매화꽃이 피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화꽃 한 송이씩 따서 어머니 분홍 치마저고리 끝동에 달아 드릴 수 있다면 한 겨울 매화나무 대신 언 땅에 서 있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분홍 치마저고리에 한땀 한땀 매화꽃을 달아 드리던 날 무심한 봄바람에 매화나무 가지가 마르고 검은 소낙비에 매화꽃도 지고 말았습니다. 매화꽃이 모두 떨어지던 밤 꿈이련가 병들어 야위신 어머니에게 매화꽃 분홍 치마저고리 입혀드렸더니 "곱다 곱다" 하시며 이승의 마지막 손을 흔드셨습니다. 매화나무에 푸른 매실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시라 했건만 매화꽃 핀 꽃길 따라 먼 길 가고 싶다 하셨습니다. 끝까지 붙잡지 못함이 불효인 줄 알오나 어머니 머리 위에 씌워 드린 매화꽃 화관이 시들기 전 어머니 뜻에 따르려는 순종의 눈물로 보내드렸습니다. 어머니! 해마다 봄이 되어 병풍산 자락에 매화꽃 피면 힘들어도 잠시 일어나 앉아 매화꽃 핀 언덕을 바라보세요. 매화꽃 어머니의 숨결이 느껴져도 어머니 곁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겠지만 어머니 앞에 매화꽃 향기로 살고자 하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