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거식증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질환입니다. 식욕이라는 것은 인간이 가진 기본 욕구이고
대부분은 사람들은 그 욕구를 조절하지 못해서 비만해지기도 하고 욕구를 조절하여 다이어트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거식증의 경우는 그 욕구에 반하여 건강에 큰 이상이 올 정도로 극단적으로 체중이 줄어듭니다.
심지어 일부는 거식증으로 인하여 심장에 무리가 가고 체액 불균형으로 사망하기도 합니다.
눈앞에 많은 음식들이 있고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음식을 먹지 못하는 질환인 거식증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 증상
정신의학적으로 거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이라고 합니다. 명칭에는 식욕이 부진하다고 되어있지만 사실 식욕은 유지됩니다. 오히려 식이에 더 큰 관심을 보이지만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합니다. 크게 세 가지 증상을 보입니다.
첫째로, 신체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습니다. 현재 몸이 굉장히 말랐음에도 뚱뚱하다고 인식을 합니다. 특정 부위의 작은 신체 문제를 크게 왜곡하여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몸은 말랐지만 허벅지에는 아직 살이 많다고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둘째로, 체중 증가에 대하여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과도하게 걱정합니다. 적은 체중 증가에도 두려워하고 금방 과체중이 될 것이라고 염려를 합니다. 평균보다 훨씬 적은 체중임에도 몇 g의 체중 증가에도 크게 두려워하고 불안감을 느낍니다.
셋째로, 스스로 금식을 하여 체중이 정상보다 현저하게 낮습니다. 교과서적인 진단 기준 상은 BMI(Body mass index) 기준으로 17 이하가 거식증 진단에 해당합니다. 신체적인 문제에 의한 체중감소를 배제하고 동반된 증상이 있을 때 진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증상들이 단순한 조언을 통해서는 교정이 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망상적인 수준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수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합니다. 외식이나 친구와 식사하는 것 같은 일상 활동, 사회활동에 제약을 초래하면 거식증 진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2) 병인, 유병율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많이 발생을 합니다. 호발 연령은 사춘기 후반인 15세가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 인구 중에서 4%가량에서 식이장애를 가지고 있고 0.5-1%가량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보입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에서만 발생을 한다고 알려졌지만 후진국에서도 발생이 가능합니다. 특정 직업 계층에서 많이 발생을 합니다. 특히 발레리나, 모델, 스포츠 선수와 같이 체중이 적은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고 체중조절에 민감한 직업군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입니다.
우울증(Depression)이나 사회 불안증(Social phobia), 강박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을 동반하여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반질환은 거식증을 악화시킵니다. 반대로 거식증의 악화는 환자의 불안, 우울 증상을 증가시킬 수 있기에 동반질환에 대하여는 같이 치료를 해나가야만 합니다.
3) 신체증상
정상체중이 유지가 되지 않기에 신체건강에 이상이 많이 발생합니다. 모든 계통의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체내의 면역력 저하로 감염의 확률도 증가합니다. 심한 거식증은 그 자체가 사망률이 10-20% 해당하는 위험한 질환이라 신체건강 상태에 주의를 요합니다.호르몬 계통의 이상이 특히 많이 발생합니다. 성호르몬 이상으로 무월경, 무배란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을 하고 그 외 갑상선, 성장호르몬, 코티솔(cortisol) 수치의 이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골다공증이 발생하여 뼈가 약해져서 쉽게 골절이 됩니다. 혈액 검사 상에서도 이상을 보여 빈혈, 백혈구 수치 이상, 전해질 불균형이 나타납니다. 체내의 체액이 부족해지니 심혈관계 이상을 보일 수 있고 폐렴, 폐부종, 부정맥, 심장기능 저하를 보이고 이로 인하여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신경학적으로 부분마비, 인지저하, 의식저하, 경련 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신체의 이상은 대개는 가역적입니다. 충분한 식이를 섭취하면 호전될 수 있지만 만성화되면 영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4) 치료 및 예후
치료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체중 증가입니다. 일단 체중이 증가해야 신체적인 합병증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체중일 경우는 뇌의 기능이 감소하여 식이에 대하여 강박증적 생각에 몰입합니다. 체중이 증가하고 뇌의 기능이 정상화되면 식이에 대한 몰입이 감소합니다.
인지 행동치료가 효과적입니다. 행동 치료적으로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잘못된 식이 행동을 교정해 나가야 합니다. 식이 환자 대상으로는 초기부터 서로 간의 약속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예를 들면 지나치게 체중 측정을 많이 하기에 하루 두 번만 체중을 측정하고 결과 확인 후 시간이 지나서 주 단위로 할 수 있습니다.
체중, 신체적으로 왜곡된 생각을 교정해 나가야 하는데 거의 망상적인 지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는 한두 번의 면담만으로 좋아지기보다 지속적으로 인지에 대한 수정이 필요합니다. 약물치료는 보조적으로 사용됩니다. 동반한 우울감, 불안감, 강박증, 불면, 성격장애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약물치료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특히 일부 항우울제(fluoxetine 등)는 자체가 식이장애에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정상체중에서 20% 이상 체중이 적을 경우에는 입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외부환경에서 식이가 원활하지 않거나 전신 상태에 대한 평가와 수액 치료 등이 필요한 경우에도 입원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증상에 따라서 1개월가량, 긴 경우에는 2-6개월가량 입원을 하기도 합니다.
모든 정신건강의학과적 질병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그중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은 10-20%에 이르는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위험한 질환입니다. 더군다나 가장 당연한 행복인 먹으면서 느끼는 행복을 상실하는 불행한 병입니다. 단순히 의지의 문제보다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mgy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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