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워스(Fort Worth). 미국 텍사스주 북부에 있는 인구 60만의 도시다. 인근에 위치한 달라스와 함께 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달라스-포트워스(DFW) 국제공항'으로 유명한 곳. 바로 이 도시에 한인들을 돕는 천사가 살고 있다.
그는 이제 갓 미국학교에 들어간 이민 초기의 아이들에게 영어와 더불어 수학과 역사를 가르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나 절기가 있을 때면 손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거나 자료를 찾아 아이들에게 참고자료로 전해준다. 또한, 봄이 되면 아이들 수만큼 토마토 모종을 선물하는 등 그의 손길이 닿는 곳곳에서 섬세한 향기가 묻어나온다. 얼마 전에 도넛가게를 인수한 한 한인은 레이씨의 자상함을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가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갑자기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을 때의 일이다. 장사를 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데 영문도 모른 채 이틀씩이나 단전된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고 있는데 밤늦게 이 소식을 들은 레이씨가 나타나 전력 회사 비상반에 연락을 하는 등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었다고. 그 이전부터 자녀의 공부를 도와주는 등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었지만 이때처럼 그의 도움이 감격스러웠던 적은 없다고 했다. 또한, 그는 "아버지가 살아 계시면 연세가 레이씨와 비슷하실 텐데, 그 경험을 통해 아버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없다. 그저 그의 집에 전화를 걸면 된다. 혹은 전화가 없더라도 누군가 도움이 필요로 한다는 소식이 그의 안테나에 잡히면 그가 먼저 방문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미국 와서 힘들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말이 필요 없다. 일단 가서 도움을 주는 것이다. 공부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주부들을 모아 영어교육을 해주며,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테니스를 가르쳐 주는 레이씨. 그러나 그는 도움에 대한 대가를 절대로 받지 않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한 한인의 말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집을 매번 방문해 주시는데 절대로 돈을 안 받으셔서 고심 끝에 주유권을 사서 드린 적이 있다. 그동안 들인 연료만 해도 그보다 훨씬 많을 텐데 약소하지만 성의를 표시하기 위해 드리는 것이니 꼭 받으시라고 간곡하게 말씀드렸다. 일단 받으시더니 나중에 돈으로 다시 돌려주셨다. 레이씨는 그런 분이다. 정작 자신은 항상 한 가지 옷만 입고 옆이 받친 오래된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늘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나눠주시는 분. 천사가 있다면 그분 같을 것이다."
꼿꼿하고 정정한 백발의 신사이자 동네 할아버지 같은 푸근함을 동시에 지닌 레이씨. 그는 현재 딸 제인씨의 집에 살고 있다. 부인 그래디로브씨가 3년 전 알츠하이머병을 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딸이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성장한 자녀를 내보내고 부모님을 자신의 집으로 모신 것이다. 레이씨도 그렇지만 그녀의 딸과 사위도 여느 미국인 같지 않다. 그에게 개인사를 물었더니, 1차 대전 직후 태어난 탓에 아주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그때는 불운하다고 생각했으나 열심히 일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가난하게 자란 것이 굉장한 기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세대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망가져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은퇴 후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이 한국 아이들을 만난 계기라고 했다. 이민 온 한국 아이들은 대부분 언어 때문에 고생하지만 결국 학교에서 정상에 올라선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한국에 대해 말할 때면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나왔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자 신문기사를 찾아 읽고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는 등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심지어는 IMF 체제에서 빚을 청산한 최초의 국가가 한국 아니냐고, 그 강한 국민성이 존경스럽다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가 진단한 한국인이 지닌 우수성의 기반은 두 가지였다. 근면과 신앙. 한국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는 일의 종류나 직위에 상관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가 가진 한국인의 뚜렷한 인상이었다. 또한, 자신이 만난 대부분의 한인은 신앙인이었다면서 자기 자신의 약함을 알고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에서 한국인이 가진 또 다른 위대한 모습을 본다고 했다.
"굳이 충고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영어도 그렇고 매사에 완벽해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고 그냥 매일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우리는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이고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겠지. 또한, 한국이 작기 때문에 큰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 전쟁도 그렇고 IMF도 그렇고 한국은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면서 국가를 새롭게 재창조하고 발전시키고 있잖아. 큰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냐. 크고 많은 석탄보다는 작은 다이아몬드 하나가 훨씬 값진 법이잖아." 레이씨는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처음에 만난 한인 가정이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 연락을 해오다 자신을 초청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 아이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그는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을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비록 1주일간의 짧은 방문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대를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 초점을 맞추는데, 남루해 보이기까지 한 낡은 셔츠를 입고 있던 그가 "누군가를 돕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잘 모를 것"이라고 말하며 웃고 있었다. 인생이 고달프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축복인 것은 이 땅 어딘가에 이렇듯 천사들이 숨어있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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