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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빈집 - 최영희

Joyfule 2007. 7. 29. 04:42
 
      ♡ 바닷가 빈집 - 최영희 ♡ 바닷가 빈집 한 채 바람이 살다 갔다 처마 밑엔 텃밭에 씨감자 꼭꼭 박아 심던 할아버지 장죽 두드리던 소리만 달려있고 무쇠 솥 걸렸던 자리 솥 뿌리마저 뽑힌 채 검게 그을린 아궁이 앞엔 부지깽이로 다독이던 가난한 여인의 삶이 얼룩으로만 남아 있다 산 그림자 내려와 사람이 살다간 체취마저 무덤 속에 잠들이고 싶었으리라 애증일까 무릎이 내려앉듯 주저앉으면서도 버텨 내는 바람이 살다 간 빈집 모두가 떠나버린 뒤에도 돌담 너머 슬픈 눈빛으로 반기는 떼찔레꽃 아마, 저 집에 살다 간 계집애의 애틋한 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