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밤바다에서 - 박재삼

Joyfule 2005. 11. 28. 01:54
      
      
      밤바다에서 - 박재삼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 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진정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천상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때 나는 섬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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