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별 헤는 밤 - 윤 동 주

Joyfule 2006. 9. 12. 05:26
 
     
    * 별 헤는 밤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래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듸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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