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무장관-檢총장 상하관계 논란, 헌법과 양식의 눈으로 보라
동아일보 입력 2020-10-24 00:00수정 2020-10-24 00:00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정감사 발언 다음 날인 어제 여권에서 윤 총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주로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위법하다”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추 장관 행태가 법치주의에 합치하고 공감을 얻는지 돌아보기는커녕 전날 무력한 대응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지도부부터 나서 “수사지휘권 행사는 불가피했다는 대통령의 판단마저 부정”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누구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것” 등 험한 말을 쏟아놓았다.
추 장관은 라임펀드 사기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을 아예 수사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지휘를 했다. 검찰청법은 법무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총장을 아예 배제하는 건 수사지휘 범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윤 총장은 그렇게 보면서도 일단 수용했고, 국회에서 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권이 윤 총장의 그런 비판을 놓고 민주적 통제를 거부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 자체가 희박하다.
검찰 통제를 위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둔 나라는 많지 않고 대륙법계에서 수사지휘권을 부여한 경우에도 그 행사는 극히 예외적이다. 독일에서는 한 번도 수사지휘권이 행사된 적이 없다. 일본에서는 1954년 법무대신이 딱 한 번 검사총장에게 여당 간사장 체포영장 보류를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가 민심이반이 일어나 내각이 총사퇴했다. 우리나라도 2005년 천정배 법무장관이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고 이에 반발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퇴한 것이 유일했으나 추 장관 취임 이후 무려 7건에 대해 수사지휘권 행사가 이뤄졌다. 툭하면 수사지휘권을 꺼내드니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정치적 외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검찰은 법무부의 외청이기는 하지만 다른 정부부처의 외청과 차별되는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법무장관이 검찰 인사에서 독자적으로 제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검찰총장과의 협의를 거치는 것이나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사를 직접 지휘하지 못하는 것은 검찰이 국가공무원법에 앞서 검찰청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법무장관은 검찰청법에 검찰사무의 최고책임자로 나와 있으니 검찰총장의 상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사나 수사지휘에서 검찰총장의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둘은 통상적인 상관-부하 관계는 아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헌법은 규정한다. 대통령이나 장관 아래서 일하지만 그 너머의 국민을 보고 중립적으로 일하라는 뜻이다. 독립적 수사를 해야 할 검찰마저 정치인 대통령이나 장관의 부당한 지시를 말없이 따라야 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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