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는 증오와 반목을 부추겨 지역·세대·빈부의 갈등을 격화시키려는 사악한 시도 역시 상수라는 점이다. 저들은 양극화를 해소하는 척하겠지만 사실은 이용하려 들 것이다. 아들한테 정말 미안한 것은 정부·가계·기업 다 합치면 무려 5000조원에 이르는 부채가 미래 세대의 인생 상수가 될 것이란 점이다. 아무리 말려도 정권이 듣지 않았다고 해서 선대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을 잘못 뽑은 죄가 크다.
우울한 인생 常數 _ 김광일 논설위원
우리 아들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한국 성인으로 살아갈 인생 앞에는 변수(變數)가 있고 상수(常數)가 있다는 점이다.
변수로는 직업 선택, 배우자, 건강, 경제적 여유, 이런 개인적 영역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정치·사회 영역에서 또래가 공통으로 겪게 될 상수 얘기를 하고 싶다.
첫째 인생 상수로는 2022년 봄 대선 때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포퓰리스트 대통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그때도 인기 영합 선동가가 다투는 선거 판엔 ‘달콤한 독약’이 무차별 살포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란 세금으로 형성된 정부 예산을 위임받아 집행하는 책임자를 뽑는 절차라고 할 수 있는데, 민주주의의 ‘꽃’인 줄 알았던 선거가 민주주의의 ‘덫’이 돼버렸다. 독약으로 표를 구매하는 악순환 고리가 끊기질 않을 것 같다. 미 언론인 윌리엄 새파이어는 살아생전 한 칼럼에서 “고위 공무원을 선거로 뽑아야 하는 시스템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했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
는데 때론 우리가 더 심한 편은 아닌가 우울해진다. 특히 하나에서 열까지 보여주기식 ‘쇼(show)통령’ 스타일이 생기면서 그렇다.
다음 인생 상수로는 ‘서울 아파트’다. 값이 치솟든 진정세를 회복하고 고개를 숙이든 ‘서울 아파트’가 아이들 삶에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정부 대책을 무시하진 말되 믿지도 말 일이다. 불안감과 박탈감 사이에서 방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 상수는 ‘대규모 감염병’이다. 옛 페스트·천연두·콜레라까지 돌아볼 필요 없다. 불과 한 세대 안에 에이즈·사스·메르스·에볼라가 있었고, 지금 코로나를 겪고 있다. 두려워 말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위중한 상수는 북핵이다. 엊그제 북 ‘최고 존엄’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라는 말로 일부 인사를 감동시킨 모양인데, 그날 서울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 첨단 무기까지 잔뜩 보여줬다는 점에는 왜 눈감는지 모르겠다. ‘평화 몽유병’ 환자들 같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금품을 뜯어가면서 “내 친구”라고 부르는 조폭도 이토록 야비하진 않다.
지난여름 조사에서 우리 국민 열에 아홉이 “북한은 핵 포기 않는다”고 봤다. 이런 가운데 ‘반미 반일, 친중 친북’으로 정치 에너지를 모으려는 세력이 끊임없이 준동하며 주변 상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본격 디지털 세대인 자녀들에게는 ‘인터넷’과 ‘다중 익명성’이 인생 상수로서 중요 요소가 될 텐데, 한 가지 당부는 이른바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너무 믿지 말라는 점이다. 그것은 공평한 공익을 위해 작동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만든 오너와 사익을 위해 설계됐다. 국내외 대형 포털사는 다들 비슷하다. 그래서 가짜 뉴스, 거짓 정보, 음모론 같은 것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미세 먼지’는 제발 우리 아들 딸들 인생 상수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돌아보면 고교 졸업식 날 담임이 제자에게 세 가지를 당부하셨는데 입으로 말조심하고, 손으로 돈 받지 말고, 성(性) 일탈 사건에 휩싸이지 않게 조심하라 하셨다. 암울한 인생 상수만 말해서 면목 없다. 다만 이것을 견디는 방법은 ‘수면·섭생·근로·운동·휴식’이라는 다섯 건강 상수를 성실히 지키는 것이다.
/ 조선일보 [태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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