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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된 꽃, 박주가리 - 고진하

Joyfule 2006. 3. 15. 02:34
블로그(너와 나의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의 요세비님의 사진


    새가 된 꽃, 박주가리 - 고진하 어떤 이가 새가 된 꽃이라며,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씨를 가져다 주었다 귀한 선물이라 두 손으로 받아 계란 껍질보다 두꺼운 껍질을 조심히 열어젖혔다 놀라왔다 나도 몰래 눈이 휘둥그래졌다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의 새가 되고 싶은 꿈이 고이 포개져 있었다 그건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가버릴 꿈의 씨앗이 깃털 가벼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꿈의 씨앗도 아닌 박주가리의 生, 어떤 生이 저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 어느 별의 토기에 새겨진 환한 빛살무늬의 빛살이 저보다 환할 수 있을까 몇며칠 나는 그 날개 달린 씨앗을 품에 넣고 다니며 어루고 또 어루어 보지만 그 가볍고 환한 빛살에 눈이 부셔, 안으로 안으로 자꾸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