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묻다 - 복효근
말라비틀어진 수선화 알뿌리를 다듬어
다시 묻고 나니
비 내리고 어김없이 촉을 틔운다
한 생의 매듭 뒤에도 또 시작은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잎사귀 몇 개로
저 계절을 건너겠다는 것인지
이 무모한 여행 다음에
기어이 다다를 그 어디 마련이나 있는지
귀기울이면
알뿌리, 겹겹 상처가
서로를 끌어안는 소리
다시 실뿌리 내려 먼 강물을 끌어오는 소리
어머니 자궁 속에서 듣던 그 모음 같은 것 자음 같은 것
살아야 함에 이유를 찾는 것은 사치라는 듯
말없이 꽃몽오리는 맺히고
무에 그리 목마르게 그리운 것 있어
또 한 세상 도모하며
잎은 잎대로 꽃대궁은 또 꽃대궁대로 일어서는데
이제 피어날 수선화는 뿌리가 입은 상처의 총화라면
오늘 안간힘으로 일어서는 내 생이,
내생에 피울 꽃이
수선화처럼은 아름다워야 되지 않겠는가
꽃,
다음 생을 엿듣기 위한 귀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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