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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안개의 노래 - 김광균

Joyfule 2007. 10. 23. 08:38
 
안개의 노래 - 김광균 내 가는 곳 어디나 비정(悲情)의 안개 서리어 있다 안개 속엔 지나온 산하(山河)가 잠기어 있고 황폐(荒廢)한 사구(砂丘)에서 바람소리도 들리어온다. 안개는 산을 넘어 동리(洞里)로 간다 세월(歲月)에 눌리어 기울어진 고가(古家)들 추녀 끝에 호롱불 숨을 죽이고 노목(老木) 하나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 곳에 살던 옛날 사람들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은하(銀河) 같이 길고 긴- 신작로(新作路) 하나 어두운 밤속에 사라져 있다 그 길로 가면 고향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바라보일까 안개는 다시 산을 향하여 돌아간다 허공(虛空)을 깍아세운 연봉(連峰) 가까이 안개는 길-게 걸치어 만산(滿山)을 덮어간다 아 나는 돌아갈 집도 없고 마음속에 피어 있던 한그루 매화(梅花) 나무도 쓰러져 있다 차라리 이름없는 새들과 함께 바람부는 벼랑에 누워 망각(忘却)의 안개 속에 잠기어갈까.
출처 : Joyful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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