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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버리다 - 마경덕

Joyfule 2005. 11. 24. 04:23

      슬픔을 버리다 - 마경덕 나는 중독자였다 끊을 수 있으면 끊어봐라, 사랑이 큰소리쳤다 네 이름에 걸려 번번이 넘어졌다 공인된 마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문 앞에서 서성이다 어두운 골목을 걸어 나오면 목덜미로 빗물이 흘렀다 전봇대를 껴안고 소리쳤지만 빗소리가 나를 지워버렸다 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너를 만지다가 아득한 슬픔에 털썩, 무릎을 끓기도 했다 밤새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 데도 닿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너에게 감염된 그때, 스무 살이었고 한 묶음의 편지를 찢었고 버릴 데 없는 슬픔을 내 몸에 버리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