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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 김사인

Joyfule 2006. 12. 24. 00:55




       
      
      아무도 모른다 - 김사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 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 의젓하던 
      옛 동네 어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수국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 누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배고픔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 내는 어디로 갔을까 
      시름 많던 나의 옛 젊은 어머니는,
      나의 옛 형님들은,
      그 딴딴한 장딴지들은 다 어디로 흩어 졌을까
      나의 옛 비석치기와 구슬치기는,
      등줄기를 후려치던 빗자루는,
      나의 옛 아버지의 힘쎈 팔뚝은,
      고소해하던 옆집 가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무덤들은, 
      흰 머리 할미꽃과 사금파리 살림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엣 봄날 저녁은 어디로 갔을까 
      키 큰 미루나무 아래 강아지 풀들은,
      낮은 굴뚝과 노곤하던 저녁 연기는
      나의 옛 캄캄한 골방은 어디로 갔을까 
      캄캄한 할아버지는, 
      캄캄한 기침 소리와 캄캄한 고리짝은,
      다 어디로 흩어 졌을까
      나의 옛 나는 어디로 갔을까 
      고무신 밖으로 발틈이 새카맣던 어린 나는 
      어느 거리로 떠돌다 흩어졌을까
      음악 : 나뭇잎 배 - 안형수 
      사진 : Keiji Iw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