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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Amour) - 8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

Joyfule 2013. 1. 26. 11:42

 

 

 

 

아무르(Amour) - 8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

 

기본정보 : 드라마|127분| 개봉2012-12-19개봉
감독 : 미카엘 하네케
출연 : 장-루이 트린티냥, 엠마누엘 리바

 

나이먹은 사람은 누구나 생각하고 걱정하는 일
부부가 함께 해로하면서 우리의 마지막은 언제 어떻게 될까?

모두가 상상해 보겠지만 현실은 우리의 상상과는 빗나가기 일수이다.
여기에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사랑하는 80대 노부부의 삶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다정한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는 80대 부부다.

음악을 가르쳤던 두 사람은 오늘도 제자의 연주회에 다녀오는 길이였다.

음악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둘 사이엔 대화가 끊이지 않고, 그 모습이 참 다정해 보인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현관문 손잡이가 망가져 있다.

아마추어 도둑이 집을 털려다 실패한 모양이다.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문을 고치자는 조르주의 말에 안느가 걱정한다.

 "우리가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누가 들어온다고 생각해봐."

"뭐 하러 그런 생각을 해?" 조르주가 대꾸한다.

이런 대화조차 다정하고 우아한 걸 보니,

지금껏 별 탈 없이 살아온 교양 있고 애정 넘치는 부부가 확실하다.

다음 날 아침, 안느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조르주는 전화를 걸어 현관문 고치는 사람을 불렀다. 그런데 삶은 달걀을 먹으려던 조르주가 "소금통이 비었네?" 하는데도 안느가 꼼짝하지 않는다.

 스스로 갖다 먹으란 뜻인가 싶어 일어서는 조르주.

소금을 가져오면서 말을 거는데도 안느에게선 아무 대꾸가 없는 없다.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눈빛에 초점이 흐리다. 순간 조르주의 가슴이 철렁내려안는다.

수건을 적셔 아내의 얼굴에 대봐도 반응이 없자,

이웃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절뚝절뚝 부엌을 나서는 조르주.

방에서 겉옷을 걸치던 그는, 싱크대에 틀어놓았던 물소리가 뚝 그친 걸 깨닫는다.

서둘러 부엌에 돌아가 보니, 안느가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본다.

방금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줬지만, 안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휠체어를 타고 돌아온 그녀

조르주는 딸과 마주 앉아 있다.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느라 얼굴 보기도 힘든 음악가 딸이죠.

한참 동안 남편과 아이들 얘기를 하던 에바가 불쑥 병원에 있는 어머니에 대해 묻는다..

"무슨 수술이에요?" 조르주는 침착하게 설명한다.

경동맥이 막혀서 수술을 했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실패 확률이 5%라고 했는데...정말 어이가 없지." 조르주는 조용히 감정을 다스린다.

아버지의 침착한 말투 때문인지 에바는 이 병의 심각함을 실감하지 못한 듯하다.

"제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조르주는 바로 대답한다.

"없어. 안 그래도 힘들 텐데 와준 것만으로도 고맙구나.

 정말이야, 신경 쓰지 마. 일단 엄마가 퇴원해봐야 알 것 같구나.

우리끼리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며칠 뒤 안느는 휠체어에 탄 채로 집에 돌아온다.

오른쪽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된 것 말고는,

예전과 다름없이 품위 있고 아름다운 아내다.

안느는 최대한 자신에게 생긴 장애를 무시하려는 것 같이행동한다.

의자에 앉을 때나 침대에 누울 때는 남편에게 의지해야 했지만,

너무 살뜰한 보살핌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침착한 안느가 딱 하나 단호하게 부탁한 게 있었다.

다시는 병원에 입원시키지 말라는 것. 부탁이라기 보다는 요구였다.

조르주는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밖에서 온사람들

언제나 두 사람뿐인 일상이지만, 손님이 찾아올 때도 있었다.

안느가 무척 아끼는 제자 알렉상드르(실제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출연한다)가

근처 호텔에 묵는다며 불쑥 찾아왔다.

 휠체어 탄 안느의 모습에 다소 놀란 그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어떻게 되신 거예요?" 안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한다.

"오른쪽이 마비됐어. 늙으면 이런 병도 와."

그리곤 바로 화제를 돌리는 안느. 오랜만에 만난 제자와 병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처럼 음악 얘기를 하고 싶었겠지.

몸은 불편하지만 지성과 자존심은 그대로인 안느에게는,

환자로만 정의되는 지금 상황이 견디기 힘든 것 같다.

딸 에바가 곧 귀국해서 방문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반가운 표정이 아니었다.

 "난 싫은데. 조프(사위)까지 올 필요는 없잖아. 내 상태 보면 또 참견할 텐데."

막상 그날이 닥쳤을 때 안느의 상태는 훨씬 악화되어 있었다.

마비가 입까지 올라와 이제는 제대로 된 대화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에바는 큰 충격을 받는다.

눈물을 흘리며 거실로 나온 에바는 아버지를 공격한다.

 "저렇게 눕혀만 두면 안 되잖아요. 왜 입원을 안 시켜요?"

조르주는 침착하게 어머니의 상황과 의사들의 소견을 들려준다.

그래도 딸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자 이번엔 반대로 묻는다.

조르주

더 좋은 생각 있어?

에바

요즘 같은 세상에 치료법이 이것밖에 없다니요.

조르주

 

 

 

그럼 네가 직접 알아봐.
너만큼 나도 네 엄마를 사랑한다.
사람 바보 취급하지 마.
그 정도 일도 처리 못 할까 봐 그래?


조르주의 단호한 태도에 딸과 사위도 할 말을 잃는다. 그들이라고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이제는 손님이나 다름없는 자식들 앞에서 조르주는 딱 잘라 말한다.

 "월요일부터 간호사가 주 3회 올 거야. 됐어? 이제 다른 얘기 할까?"

 

 

힘겨운 싸움

간호사가 오기 시작했다는 건 안느의 상태가 한층 더 나빠졌다는 걸 의미한다. 유일한 의사표현은 "아파!"라는 외마디 비명뿐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 조르주도 고통스럽다.

병이 깊어져 간호사를 한 명 더 고용했지만, 이번엔 불친절한 간호사에게 대책 없이 몸을 내맡긴 아내를 보기가 괴롭다.

곧바로 간호사를 해고한 조르주, 힘들어도 직접 병수발을 한다. 끈질기게 말 연습도 시켰고, 기분이 좋은 날은 안느도 웃었다.

하지만 망가져 가는 몸에 비해 명료한 정신을 갖고 있는 안느의 고통은 너무나 컸다.

어느 날 부턴가 그녀는 고집스레 음식과 물을 거부한다. 조르주는 사정한다.

"물 안 마시면 죽어. 죽으려고 그래? 마셔, 제발 부탁이야. 당신 목말라 죽는 꼴을 나더러 보란 거야?"

억지로 물을 먹이는 조르주, 고집스레 입에 품고 있다가 뱉어내는 안느, 그렇게 두 사람은 끝을 향한 지루하고 절망적인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둘만의 세계

어느 날 불쑥 딸이 찾아와 현관 벨을 울린다. 이때 조르주가 하는 행동을 보게된다.

현관문을 열기 전, 안느가 누워있는 방문을 잠그더니, 화장실에 가서 슬쩍 물을 내리고,

딸을 집안에 들인다.

화장실에 있는 바람에 문을 늦게 열었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다짜고짜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따지는 에바.

메시지도 남겼는데 왜 답이 없느냐고 화가 잔뜩 난 딸.

조르주

미안해. 메시지를 안 들어서...

에바

걱정할 거란 생각은 안 해요?

조르주

 

 

너희가 걱정해봐야 소용없어.
오해는 하지 마. 널 나무라는 게 아니야.
너희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단 뜻이야.


그리고 악화된 안느의 상황을 설명하는 조르주.

엄마도 나도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으니, 우리를 내버려두라고 부탁한다.

딸은 격분한다. 어머니를 보러 갔다가 방문이 잠긴 것을 보고는 완전히 폭발한다.

 "아빠, 제정신이에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조르주는 여전히 침착하다.

안느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다시 설명하면서 그런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딸은 포기했다는 듯 힘없이 대답한다.

"그래도 못 보게 막진 마세요."

 

 

둘만의 것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있었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아주 흡사한 영화도 있다.

하지만 [아무르]는 다른 그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여러 테마들이 녹아 있지만 알고 보면 아주 단순명료한 이야기다.

사랑은 두 사람만의 것이다, 라는 거다.

이제 와 얘기하지만 이 영화를 여는 첫 장면은,

소방관들이 아파트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안느의 시신을 발견하는 장면이다.

그녀의 옆을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하고, 방문을 굳게 잠가 테이프까지 붙여놓은 건 조르주의 짓이다. 문득, 앞에서 설명했던 현관문 장면이 떠오른다.

공연에서 돌아와 현관문이 망가진 걸 보고 안느가 말하지 않었든가.

 "우리가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누가 들어온다고 생각해봐."

조르주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끝까지 둘만의 공간을 지켰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은 그런 거다. 다른 사람들이 침범할 수 없는 가장 배타적인 공간,

두 사람이 만든 사랑의 박물관. 세월도, 자식도, 법과 윤리도 침범할 수 없는, 둘만의 것.

이 사랑 이야기는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이 뇌리를 스칠 것 같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13-01-22일) 82세 할아버지가 입원하여있는 병원에서

할머니의 생명연장장치를 짤라 20분만에 돌아가셧다는 기사 -

그할아버지는 살인죄로 기소되었으나 5년 집행유에로 석방된다.

지난 5년간 할아버지의 극진한 간호에 주변이 감동했고 재판부도 참작한 듯하다.

아무르와 같은 내용의 이야기는 오늘 이땅에서도 수없이 반복되고있다. 
가슴이 멍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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