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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촛불을 켤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Joyfule 2006. 5. 28. 01:09
    아직 촛불을 켤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저 재를 넘어 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인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히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마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 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도 차츰차츰 멀어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전원을 방문하는 까마귀들이 바람을 데리고 멀리 가 버린 까닭이겠습니다. 시방 어머니의 등에서는 어머니의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하는 애기의 잠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이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