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안개의 노래 - 김광균

Joyfule 2007. 11. 14. 03:44
 
   
안개의 노래 - 김광균 
내 가는 곳 어디나 
비정의 안개 서리어 있다 
안개 속엔 
지나온 산하가 잠기어 있고 
황폐한 사구(砂丘)에서 
바람소리도 들리어온다 
안개는 산을 넘어 동리로 간다 
세월에 눌리어 기울어진 고가들 
추녀 끝에 호롱불 숨을 죽이고 
노목 하나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 곳에 살던 옛날 사람들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은하 같이 길고 긴- 신작로 하나 
어두운 밤 속에 사라져 있다 
그 길로 가면 
고향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바라보일까 
안개는 다시 산을 향하여 돌아간다 
허공을 깍아세운 연봉가까이 
안개는 길-게 걸치어 만산을 덮어간다 
아 나는 돌아갈 집도 없고 
마음속에 피어 있던 
한 그루 매화 나무도 쓰러져 있다 
차라리 이름없는 새들과 함께 
바람부는 벼랑에 누워 
망각의 안개 속에 잠기어갈까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사람만의 아침 - 류시화  (0) 2007.11.16
가을에 - 정한모  (0) 2007.11.15
존재에 대하여 - 박승우  (0) 2007.11.11
바람이여 - 서정윤  (0) 2007.11.10
두레박 - 예은목  (0) 2007.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