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건망증
1. 전화 받다 엄마가 태워먹은 수많은 냄비들...
또 전화가 온다.
엄마는 실컷 수다를 떤다.. 그 순간 아차차....
"얘, 잠깐만 기다려, 가스 불 끄고 올께."
엄마는 자신의 영민함에 뿌듯해 하며 가스 불을 끈다.
그러고 나서 아까 하던 김장 30포기를 마저 한다.
엄마는 그렇게 또 한 명의 친구를 간단히 잃어 버렸다.
2. 선생님 면담 때문에 나선 엄마.
근데 왜 동생 학교는 찾아가고 난리람.....
들고온 촌지는 동생 선생님에게 뺏기고, 겨우 찾아온 우리학교....
근데 왜 엄마는 2학년 3반을 찾고 난리람.... 난 3학년 2반인데 말이다.
그날 결국 담임을 못 만난 엄마 왈...
"너, 엄마 몰래 언제 전학 갔어?"
3. 은행에 간 엄마... 오늘은 거의 완벽하다.
통장과 도장도 가지고 왔고.. 공과금 고지서도 가지고 왔다.
이젠 누나에게 송금만 하면 오래간만에 정말 아무 일없이(?)
은행에서 볼 일을 마치게 된다.
은행원 앞에서 자랑스러운 얼굴로 서있는 엄마.
은행원도 놀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송금하시게요? 잘 쓰셨네요..아! 전화번호를 안 쓰셨네요.
집 전화번호를 써야죠.."
엄마는 그날 결국 송금을 못하고 말았다...ㅋㅋ
4, 부창부수인지 아버지도 만만찮다.
출근하느라 정신없는 아버지..
서류 가방 들랴, 차 키 챙기랴, 머리 염색약 뿌리랴...
한바탕 전쟁을 치룬 뒤 무사히 출근에 성공한다.
한참을 운전하던 아버지...
뭔가를 빠뜨린 것 같아 핸드폰을 꺼내 집으로 전화를 한다.
근데 이상하게 통화가 안 된다.
아버지는 욕을 해대며 다시 걸어 보지만 여전히 통화가 되질 않는다.
그날 엄마와 난
하루 종일 없어진 TV 리모콘을 찾아 헤매야 했다..ㅋㅋ
5, 간만에 동창회에 나서는 엄마..
화려하게 차려 입느라 난리다.
저 번에 동창생들의 휘황찬란한 옷차림에 기가 죽은 기억 때문에..
엄마는 반지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반지 하나 고르는데
2시간 걸렸다.. 엄마 반지는 딱 2개 뿐인데..ㅋㅋ
모든 걸 완벽하게 치장한 엄마.
이번엔 정말 엄마가 스폿라이트를 받는다.
모든 동창들의 시샘의 눈길에 뿌듯해 하는 엄마
엄마는 우아하게 인사를 한다.
"얘드아!(얘들아) 오데간마니다.(오래간만이다)"
다른 치장에 너무나 신경을 쓴 나머지...
엄마는 틀니를 깜빡 잊었다.
그 후로 엄마는 동창들과 연락을 끊고 산다..ㅎㅎㅎ
▶취객
늦은 밤 어떤 중년 신사가 술에 취해 길에서 볼일을 보려고 전봇대 앞에 섰다.
신사가 몸을 가누지 못해 쩔쩔매자 지나가던 청년이 말했다.
“아저씨,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신사는 청년에게 기특하다는 듯 말했다.
“나는 괜찮으니 흔들리는 전봇대나 좀 잡아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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