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서거는 생각보다 길고 오랜 울림을 이 땅 사람들의 마음에 남길 듯 하다. 심지어 그분과 정치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마음속까지도 그는 깊은 슬픔의 그림자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한국 정치사상 한 지도자에게 국민들이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을 바친 경우는 기억되지 않는다. 그는 저 세상의 사람이 되어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 그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나는 그분을 2006년 4월 국가 조찬 기도회에서 면대한 일이 있다. 국론이 분열되고 사람들의 마음이 가라앉은 시국에서 나는 그분을 내 곁에 두고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였다. 다윗의 예를 들어 나는 그가 ‘화해의 사람’ ‘긍휼의 사람’, 그리고 ‘역사에 축복이 되는 사람’으로 남아 달라고 설교하였다. 그는 설교 후의 인사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임했다”는 답사를 남겼고 우리 모두는 박수로 그를 격려하였다.
예배 후 조찬 식탁에서 “말씀이 감동이 되었다”는 그분에게 나는 “대통령님도 예수를 믿으셔야지요”라고 말을 건네었고, 그와 권양숙 여사는 “딸과 사위가 교회에 나가고 있다”고 말을 받았다. “그러면 따님과 사위는 틀림없이 두 분이 예수 믿도록 기도하실 것입니다”했더니 그분은 ‘그렇다’고 화답하였다. 다시 나는 그분에게 “그러면 교회도 나가셔야지요”했더니 “공직을 떠나면 그럴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가 봉화 마을로 돌아간 후 나는 그분을 만나 제대로 시간을 갖고 예수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그의 서거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오늘 우리 앞에 ‘축복이 되는 사람’으로 돌아 온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의 인생에서 그가 ‘학벌주의’ ‘지역주의’ 그리고 ‘권위주의’를 극복하고자 몸부림한 그 진솔한 모습을 다시 떠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우리 역사에서 정말 필요했던 소금 같은 존재이었음을 비로소 기억해 낸 것이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고 하셨고, “소금이 그 맛을 잃어버리면 무엇으로 짜게 하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노 전 대통령님은 그 자신의 존재의 맛으로 그의 역할을 담당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가셨고, 이제 역사는 다시 우리의 역할을 묻고 있는 것이다. “너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과연 역사의 소금이 될 수 있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진지한 대답 여하에 한국 민족의 미래 그리고 한국 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는다.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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