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름 속 감춰진 비밀 | |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들. 보통은 주재료나 요리법에 따라 음식의 이름이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별 상관이 없어뵈는 명칭이 붙어 '왜 그럴까?'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음식들도 있다. 음식 이름 속에 숨어있는 사연들을 찾아봤다.
△감자가 많이 들어가서 감자탕? 감자탕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재료가 바로 감자. 하지만 감자탕의 주 재료는 뭐니뭐니해도 살코기가 붙은 돼지뼈다. 그렇게 따지자면 '뼈다귀탕'이 좀 더 적절한 이름이겠지만 사람들은 이를 '감자탕'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감자'에 대한 오해에 숨어 있다. 감자탕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감자(채소)가 많이 들어가서가 아니라, 사용되는 돼지 뼈다귀 부위가 소위 '감자뼈'라고 불리우는 척추뼈의 한 부분이기 때문. 뼛 속에 노랗게 붙어있는 힘줄을 '감자'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감자탕은 돼지 사육으로 유명했던 삼국시대 지금의 전라도 지방에서 농사에 이용되는 귀한 '소' 대신 '돼지'를 잡아 그 뼈를 우려낸 국물로 음식을 만들어 뼈가 약한 노약자가 환자들에게 먹게 한 데서 유래된 음식이다. 해방과 6`25 등으로 인구 이동이 잦아지면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전파됐다.
△막창은 창자? 대구에서 시작돼 이제는 전국민적인 술 안주로 애용되고 있는 막창은 소`돼지의 어느 부위일까. 막창은 소나 돼지의 창자 마지막 부분에서 항문 앞에까지를 일�는 말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자면 막창은 위라고 할 수 있다. 소의 경우 4개의 위(곰양, 천엽, 절창, 막창)를 가졌는데 막창은 이 가운데 네번째 부위를 가리킨다. 다 자란 소 한 마리에서는 300g의 막창이 생산된다. 홍창이라 불리우기도 하며 칼슘 함량(100g당 112mg)이 쇠고기(100g당 19mg)보다 높다. 돼지막창은 항문에서 약 40cm 부분까지의 마지막 창자를 말한다. 양 구이를 파는 곳도 더러 있는데, 양(羊)고기가 아니라, 소의 밥통( )을 양념에 버무려 구은 것을 말한다.
△비슷하지만 다른 음식, 설렁탕과 곰탕 설렁탕은 조선시대, 왕이 직접 농사를 짓는 시범을 보이는 '선농제'에서 먹었던 음식으로 '선농단에서 끓인 국'이란 뜻으로 '선농탕'이라고 불리던 것이 '설렁탕'으로 굳어진 것으로 흔히 설명된다. 설렁탕은 주로 사골, 도가니, 쇠머리, 우족 등의 뼈와 양지머리, 사태 등의 뼈와 그리고 우설, 지라, 허파, 유통 등의 내장을 넣고 하루 정도 푹 고아 끓인 것으로 국물이 뽀얗고 진하면서도 담백하다. 곰탕은 고기를 푹 삶아 고운 국으로 '곤 국'이 '곰국'으로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주로 사태, 양지머리 등의 정육과 곱창, 곤자소니(소의 창자 끝에 달린 기름기가 많은 부분) 등의 내장 등의 재료를 사용해 반쯤 익었을 때 무, 다시마를 넣고 끓인 것으로 기름진 맛이 특징이다.
△부담없는 부대찌개 부대찌게는 한국전쟁 중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소시지와 고기로 찌개를 끓여먹었던 것이 그 유래. 그 후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던 의정부와 동두천 일대에서 '부대찌개'라는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식당들이 생겨났다. 당시 부대찌개는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 싼 값에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메뉴로 인기를 끌었다. 그 후 전국적으로 '부대찌개'라는 이름이 퍼져나가며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기도 했지만 시큼한 김치에 소시지를 가득 넣은 그 '기본'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때 의정부에서는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의정부찌개'로의 개명을 추진하기도 했었지만 '부대찌개'는 여전히 '부대찌개'다.
△빈대없는 빈대떡 "돈 없으면 집에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노래가사 때문일까? 빈대떡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음식으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빈대떡의 쓰임을 보면 제상이나 큰 상에 쓰였던 대표적인 전 종류의 하나. 녹두를 물에 불렸다가 맷돌에 갈아 솥뚜껑에 부친 것으로 황해도에서는 막붙이, 평안도에서는 녹두지짐(혹은 지짐)이라고 불리기도 �다. 그냥 녹두만 부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고사리나 도라지, 새콤한 김치, 다진 고기를 고명으로 올려 정성껏 부쳤다. 그 이름의 유래는 예전 빈대골(지금 서울의 정동`덕수궁 뒤편)에 부침개 장수가 많아 '빈대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콩가루떡인 '알병'의 '알'자가 빈대를 뜻하기도 해 이것이 와전된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너비아니와 떡갈비 쇠고기를 양념해 구운 궁중음식이란 점에서는 같지만 너비아니와 떡갈비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식이다. 너비아니는 고기를 너붓너붓하게 썰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쇠고기를 약간 도톰하게 저며 칼집을 내 양념에 재웠다가 석쇠에 구워서 만든다. 떡갈비는 쇠갈비살을 다진 다음 양념해서 구운 것. 네모지게 잘린 모양이 떡처럼 생겼다고 해서 떡갈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장면과 짬뽕 자장면은 중국어 '자장�(Zhajiangmian`炸醬麵)'에서 온 말로, 고기와 야채를 중국 된장인 '자장'으로 볶은 것에 면을 넣어서 비벼 먹는 중국 요리를 말한다. 중국에서 온 말이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면 '자장�'이 돼야 더 정확하겠지만 우리말과는 거리가 멀어 중국말 '자장'과 한자어 '면'을 결합해 '자장면'으로 쓰고 있는 것. 언어학자들이 왜 실제 생활에서는 '짜장면'이 더 흔하게 쓰임에도 불구하고 '자장면'이라고 쓰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짬뽕'은 일본어 'ちゃんぽん'에서 온 말로 각종 해물과 야채를 섞어서 끓인 중국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도 외래어 표기에 따라 정확히 적는다면 '잠퐁'이라 해야겠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짬뽕'으로 굳어져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말로 굳이 풀이해 새 이름을 붙이자면 '초마면(炒碼麵)', '얼큰탕'으로 쓸 수 있겠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중국요리 '탕수육(糖醋肉`당초육)'은 중국말로 '탕추러우'라고 하며 달고 신 맛이 나는 돼지고기 요리라는 뜻. '라조육(辣椒肉)'에서 '라쟈오(辣椒)'는 고추를, '육(肉)'는 고기을 뜻하는 것으로 고기를 튀긴 후 죽순, 양송이, 표고버섯 등 야채와 함께 맵게 볶아낸 중국 요리다. '양장피'는 한자로 '兩張皮', 혹은 '洋張皮'라고 쓴다. 양장피에 들어가는 녹말물을 얇게 펴 말린 물컹물컹한 분피(粉皮)가 두 장 들어가기 때문에 양장피라 부른다는 설도 있으며, 바닷물(洋)처럼 파도치는 모양으로 넓게 펼쳐진(張) 껍질 형태(皮)이기 때문에 양장피라고 부른다는 말도 있다.
△돌돌 말아 마끼 김으로 밥을 돌돌 말아 위에 빨간 날치알을 얹은 먹음직스러운 마끼. '마끼'는 '돌돌 말다'는 의미의 일본어 '마꾸'에서 온 말이다. 흔히 '마끼'가 '김'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김의 일본말은 '노리'. 그래서 김말이의 정확한 명칭은 '노리마끼'가 된다.
△피자 피자의 유래는 크게 그리스어에서 동그랗고 납작한 빵을 의미하는 '삐따(Pitta)'에 어원을 두고 있다는 설명과, 고대 이탈리아어의 'a point'라는 단어에서 유래돼 그 후 'pizziare(끼워서 조이다, 집어 으깨다)'라는 의미의 말로 진화됐다는 두 가지가 있다. 오늘날 피자의 탄생이 이탈리아인들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피자와 비슷한 원리인 파이는 실제로 에트루리아인(이탈리아 중서부의 고대국가)과 그리스 문화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에트루리아인들은 구워낸 빵 표면에 여러 가지를 올린 후 장식을 해서 접시에 담아 냈고 그 후 그리스인들이 남부 이탈리아를 식민지화했을 때, 그들은 에트루리아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빵 위에 여러 가지 토핑을 올려서 굽기 시작했던 것이 그 기원이다. 또 실제로 피자를 알려지게 한 것은 대제국을 건설했던 로마인이었으며, 세월이 흘로 20세기,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현재의 피자를 상품화시킨 장본인이다. 우리가 지금 먹는 피자 형태의 첫 시작은 1905년 롬베르디에 의해 뉴욕에서 첫 피자집을 오픈 하게 되면서라고.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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