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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에서 프랑스의 ‘플뢰르’가 되기까지…

Joyfule 2012. 5. 23. 10:38

 

 

입양아에서 프랑스의 ‘플뢰르’가 되기까지…    


생후 6개월 입양된 아이 ‘프랑스 장관’ 됐다 
2002년 정계 입문 김종숙씨 중기·디지털경제장관 올라 
명문학교 거쳐 26살부터 공직 프 언론 “문화다양성 상징”


★*… “나는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6개월 때 입양돼 1974년 2월 프랑스에 왔다.

”개인 블로그의 공식 자기소개서 첫 줄을 이렇게 시작하는 플뢰르 펠르랭(39·사진)이 16일 프랑스 중소기업·혁신과 디지털경제 장관에 임명됐다.

한국 이름은 김종숙. 그는 이날 프랑스는 물론 주요 선진국에서 최초로 장관직에 오른 한국계 입양인으로 기록됐다. 

프랑스에서도 펠르랭의 입각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유럽의 경제위기와 함께 반이민·민족주의 정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를 중시하는 좌파 정부의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젊은 여성이며, 사회당 조직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신선하다는 평가다. 현지 민영방송 <테에프1>(TF1)은 이와 관련해 “플뢰르 펠르랭은 프랑스의 문화다양성을 상징하는 새로운 얼굴”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방송은 “펠르랭은 자신을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여성·젊음·다양성 등의 꼬리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런 점이 올랑드 내각에 참여하는 행운을 가져다줬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계라는 정체성과 관련해서 그는 “1970년대 입양된 아이들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이 있는 것 같다”며 “그들은 이제 입양아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고 싶어 하고, 다시 관계를 맺으려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그는 지난해 11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정책 담당으로 합류했다.

올랑드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면서부터 이미 유력한 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다. 다음달 치러지는 총선에서 파리 등 좌파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선거구에 출마할 것을 제의받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고사하기도 했다.

입양인이라는 것 이외에 성장 과정은 순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생의 시작은 미약했으나, 프랑스인 양부모를 만난 이후의 삶은 창대했다. 원자물리학을 공부한 사업가와 주부였던 양부모는 그에게 ‘플뢰르’(꽃)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출생지를 잊지 않도록 한국 이름을 남겨두기도 했다. 정치적 성향도 부모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개인 블로그에서 “매우 좌파적인 분들이었다”고 부모를 소개했다.

어려서부터 명석해 남들보다 2년 빠른 16살 때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했다. 또 고등경영대학원·파리정치대학·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최고 명문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지 언론들이 그를 ‘눈부신 학력’의 소유자라고 소개할 정도다. 26살 때부터는 감사원에서 교육·문화·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일했다.

정치 이력은 2002년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연설문 작성을 도우면서 시작됐다. 2007년 올랑드의 동거인이었던 세골렌 루아얄이 사회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선거캠프에서 미디어 담당으로 일했다. 2010년 2월부터 여성 엘리트 정치인들의 모임인 ‘21세기 클럽’ 회장도 지냈다.

취미는 그림 그리기, 요리, 피아노 연주이며 노래반주기에 맞춰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 현재 남편은 공무원인 로랑 올레옹이며, 첫번째 결혼에서 난 딸 베레니스(8살)가 있다. 그는 입각이 결정되기 직전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내 여덟살 초록잎(딸)의 내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