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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유안진

Joyfule 2008. 3. 6. 01:17
  
자화상 - 유안진    
한 생애를 살다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비와 이슬이 눈과 서리가......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밤중 
뒤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 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 수록 새우 젓깔 만나듯이 
때 얼룩에 쩔을 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연연하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나 갈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만한 곳이며 
흐르고 떠도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