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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청년시절 - 3. 유학을 가게 된 이유

Joyfule 2006. 5. 23. 00:34

제2권 청년시절 - 3. 유학을 가게 된 이유 3.유학을 가게 된 이유 그해 나는 공부를 그만두고 문학과 웅변술을 배우기 위해 머물던 이웃 도시 마다우라에서 돌아왔습니다. 집에서는 훨씬 먼 카르타고로 장기 유학을 보내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타가스테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아버지의 능력에는 당치않은 순전히 명에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누구를 향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하나님이시여! 당신에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 앞에서 내겨레, 어쩌다 이 변변치 못한 글을 읽게 될 소수의 사람들에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사람이란 아무리 깊은 곳에서라도, 또 아무리 위대하다 할 지라도 당신에게 고백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사실 고백하는 마음과 신앙으로 사는 삶보다 더 당신께 가까워지는 방법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 무렵 유학을 떠나는 아들의 비용을 마련하시는 아버님을 칭송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라 해도 자식을 위해 이런 희생과 노력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고 다만 내가 웅변만 잘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바로 주님이 원하지 않으시는 그런 인간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마음에 참되고 선하신 유일한 주님이십니다. 열여섯 살 되던 해 나는 집안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 두고 쉬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부모님들과 함께 있었지만 정욕의 가시덤불이 내 머리에 무성해도 그것을 뽑아 주는 손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어느날 내가 목욕하는 것을 보신 후에 이제는 손자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셨습니다. 한편 이세계에서는 창조주이신 당신을 잊고 당신 대신 피조물을 사랑하고 비뚤어진 생각에서 더 낮은 상태로 향하려는 인간들이 천상의 신주(神酒)를 취하도록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어머니의 마음속에 이미 성전을 짓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겨우 세례 지원자였고 그것도 최근에야 그렇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는 불안에 떨면서 내가 믿는자의 대열에 들지 못할가봐 걱정을 했고 또 내가 주님께 '얼굴을 돌리지 않고 등을 돌려 대는' 자들이 걷는 비뚤어진 길을 걸을까 매우 걱정을 했습니다. 철 없던 나! 내주여! 나는 당신을 떠나 점점 멀리 갔습니다. 감히 당신이 가만히 계셨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 주님께서는 정말 가만히 계셨던가요? 당신의 충실한 하녀인 나의 어머니를 통해 가끔 나에게 들으라고 가르쳐주시던 그 말씀이 바로 당신의 말씀이 아니었던가요? 다만 내가 그 말씀대로 행해야 한다는 것이 내 가슴 속에 들어 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행여 내가 음행을 저지를까봐 "행실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 특히 남의 아내와 간통을 해서는 안된다."고 은근히 타이르셨으나 그것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을 하라는 훈계처럼 여겨져서 거기에 따르는 것이 쑥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것이 모두 당신의 충고였건만 나는 그런 줄도 몰랐습니다. 당신은 잠자코 계시고 어머니만이 말씀하시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당신은 결코 침묵하지 않으셨고 어머니를 통해서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네가 어머니를 무시함으로써 당신은 어머니의 아들, 주님의 여종의 아들, 즉 당신의 종인 나에게 멸시를 당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맹목 속으로 더 깊이 질주해 갔으며 같은 또래들에게 못미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저희들의 죄악을 사랑하며 추하면 추할수록 더 우쭐거리며 얘기하는 것을 듣고 나서 쾌감보다는 명예욕에 불타서 그런 짓을 했던 것입니다. 비난을 받아 마땅한 것은 오직 악덕뿐입니다. 그러나 나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고 더한층 악덕한이 되어 갔습니다. 또 그방탕아의 패거리에 끼기 위해 거짓말을 꾸며 댔는데 그것은 순결할 수록 경멸을 받고 결백할 수록 바보 취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바빌론 거리를 얼마나 활보하며 그 수렁속에 마치 계수(桂水)와 각종 향유처럼 나뒹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 바닥으로 좀더 끌어들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적이 발길질을 하며 유혹했습니다. 사실 나는 유혹받기 쉬운 인간이었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바빌론 중심에서 도망가긴 했지만 아직 그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내 육신의 어머니는 나에게 절제있는 생활을 하라고 타이르셨습니다. 건강한 육체가 아직 곪아 터지지 않았을 때 어머니가 아버지와의 얘기 중에서 알아 낸 나의 상태를 타락과 앞으로 닥칠 재앙으로 느끼시고 그런 상태를 부부애의 울타리 속에 가두어 두려는 마음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어머니가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내게 건 희망이 부부관계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 소망이라는 것도 어머니가 주님에 대해 가지고 계셨던 저 세상의 소망이 아니고 오직 학문에 대한 소망, 즉 내가 학문을 깨우치는 것 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주님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헛된 꿈만을 꾸며 내게 희망을 걸었고 어머니는 학문을 결코 수치스러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주님 앞으로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나의 양친의 성격을 최대한으로 회상하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의 도락에 있어서는 엄격한 한도를 벗어나서 고삐를 늦춰 놓았기 때문에 온갖 정욕에 빠진 것입니다. 주여! 어디를 가도 내 주위의 어둠이 청명한 당신의 진리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내 죄악은 끊임없이 솟아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