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청년시절 - 2. 정욕의 노예

2.정욕의 노예
사랑을 주고 받는 것 외에 나를 즐겁게 해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정의 맑은 정도(正道)에서 일어나는 것 같이
영혼과 영혼이 통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진흙 같은 육욕과 용솟음치는 청춘이 내뿜는 안개로 마음이 뿌옇게 흐려져서
청명한 사랑과 정욕을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뒤섞이며 끓어올라서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 나를 휘어잡아
정욕의 구덩이로 떨어뜨려 죄악의 깊은 못 속으로 빠진 것입니다.
단신의 분노가 나를 힘껏 내리눌렀지만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죽어야 할 내 운명의 쇠사슬 소리에 귀가 막혀 나는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었으며
그것이 내 영혼이 품은 교만한 생각에 대한 벌이라는 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점점 당신으로부터 멀어졌지만 당신께서는 내버려두셨습니다.
나는 무절제 속에 내던져져서 거품을 내뿜고 있었지만 당신은 잠잠코 계셨습니다.
오, 기쁨은 늦게서야 내게 왔습니다.
그 무렵 당신은 침묵만 지키셨습니다
나는 당신으로 부터 점점 멀어져서 오만한 허탈 속에나
불안한 고달픔 속에 고통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나의 고통의 한계선을 그어 줄 사람이 누구였던가요?
일시적인 자극을 유용한 방향으로 돌리게 하고 그 쾌락의 목표를 정해 주어
내 청춘의 물결을 결혼의 해안까지 도착하게 해줄 사람이 있었던가요?
만일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당신의 법이 명하는 대로
자식을 낳는 목적으로 만족했을 것입니다.
주여! 당신은 죽도록 정해진 우리 세대의 후손들까지도 건강하게 하셔서
당신의 낙원에는 있을 수 없는 가시들 위에 부드러운 손만 얹어도
그 가시가 무디어질 수 있도록 하십니다.
진정 우리가 당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당신의 전능함은 우리 곁을 떠나는 일이 없습니다.
나는 진정 당신이 발하시는 우뢰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만 했습니다.
'그러한 자들은 육체의 고통을 당할 것이니 나는 너희들을 가엾이 여기노라'
또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으니라'
'아내가 없는 자는 어떻게 하면 주를 기쁘시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만
결혼한 자는 어떻게 하면 아내를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말씀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나는 "천국을 위한 고자가 되어"
당신의 따뜻한 포옹을 기다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엾게도 나는 당신의 모든 계명을 어기고
당신을 버리고 욕정에 몸을 맡겼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당신의 채찍을 피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가운데 누가 이것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주께서는 항상 내곁에 계시고 주의 분노는 곧 자비였습니다.
주께서는 옳지 못한 내 쾌락 위에 쓰디쓴 불쾌감을 주시어
나로 하여금 쾌락을 좇다가 실증나게 하셨고
오직 당신 안에서만 즐거움을 찾게 하셨습니다.
주께서는 우리에게 '고통을 교훈으로 삼게 하시고' 상처가 나도록 때리시지만
그것은 우리를 옳바른 길로 인도하시기 위한 것이며
죽이시지만 결코 당신을 떠나 죽지 않게 하시기 위한 것입니다.
내 육신의 나이 열여섯 살 때
나는 즐거운 당신의 집을 떠나 어디로 갔었단 말입니까?
당신의 집의 즐거움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었습니까?
그때 인간의 관습에 따라서는 해도 괜찮았으나
주의 율법으로는 허락되지 않았던 정욕이
온갖 권력을 발휘하여 나를 완전히 굴복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집안 사람들은 타락한 나를 결혼이라도 시켜 안정시켜 줄 생각은 않고
오직 교묘한 말재주와 설득력을 키워주는 데만 정신을 쏟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