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란 무엇으로 알아볼 수 있나 2.
따라서 성급한 현대인들은 자기 언어를 쓸 줄 모른다
정치 권력자들이, 탤런트들이, 가수가, 코미디언이, 토해버린 말을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대로 주워서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골이 비어간다 자기 사유마저 앗기고 있다
수도자들에게 과묵이나 침묵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도
바로 그 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묵상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안에 고여 있는 말씀을 비로소 듣는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미처 편집되지 않은 성서인 것이다
우리들이 성서를 읽는 본질적인 의미는 아직 활자화되어 있지 않은
그 말씀까지도 능히 알아듣고 그와 같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것은 종이나 활자로 된 게 아니다
일상의 우리들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에 잡히는 것으로써만
어떤 사물을 인식하겨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저 침묵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잡히지도 않는 데에 있는 것이다
일체의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한 그 마음에서 대광명이 발해진다는 말이다. ㅡ 칼릴 지브란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귓속의 귀에 하는 말 이라고 있다
사실 언어의 극치는 말보다도 침묵에 있을 것 같다
너무 감격스러울 때 우리는 말을 잃는다
그러나 사람인 우리는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런데 마땅히 입 벌려 말을 해야 할 경우에도 침묵만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미덕이 아니라 비겁한 회피인 것이다
그와 같은 침묵은 때로 범죄의 성질을 띤다
옳고 그름을 가려 보여야 할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침묵은 비겁한 침묵인 것이다
비겁한 침묵이 우리 시대를 얼룩지게 한다
침묵의 의미는 쓸대없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당당하고 참 된 말을 하기위해서지
비겁한 침묵을 고수하기 위해서가 아닌 것이다
어디에도 거리낄 게 없는 사람만이 당당한 말을 할 수 있다
당당한 말이 흩어진 인간을 결합시키고 밝은 통로를 뚫을 수 잇는 것이다
수도자가 침묵을 익힌 그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ㅡ 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