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를 통해 성경을 노래한 작곡자 필립 블리스
어렸을 때부터 불렀던 찬송가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이상하게도 성경과 관련된 찬송이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예로서 윌리엄스(M. B. Williams) 작사, 틸먼(C. C. Tillman)작곡의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나 워너(A. B. Warner) 작사, 브래드버리(W. B. Bradbury) 작곡의 “예수 사랑하심을 성경에서 배웠네”, 또는 유영희 작사, 김두완 작곡의 “나와 같은 어린이 보실 때마다… 나는 나는 성경을 좋아합니다” 등이 그것이다.
찬송가집에 속한 그 어느 찬송가치고 엄격하게 말해 성경에 기초하지 않은 것이 없겠으나, 이처럼 성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찬송가들은 우리의 곁에서 늘 친근하게 존재해 왔다.
이는 엄숙하고 경건한 신학자나 성경주석가 등 일부 사람들과는 달리 성경이 수많은 종교시인과 교회음악가, 그리고 이들의 작품을 부르는 대다수의 회중에게 그들의 삶을 동반하는 친근한 벗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성경이 이와 같이 찬송 속에서 우리에게 친근한 벗으로 있게 된 데에는 19세기 미국의 찬송작가 필립 블리스(P. P. Bliss)의 역할이 중요한 몫을 했다.
그는 어느 찬송가 해설자가 언급한 것처럼 “가장 비천하게 태어나, 가장 어려운 삶을 살다가, 가장 젊은 나이로, 가장 비참하게 세상을 마친 작가”였다
. 그는 기독교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원래 이름인 Philipp의 마지막 “p”를 따로 떼어 Paul (바울)이란 이름을 만들 정도로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부흥사 무디(D.L. Moody)를 동행하며 수많은 찬송가를 작곡한 생키(I. D. Sankey)처럼, 휫틀(D. W. Whittle)과 손잡고 역사에 길이 남을 우수한 찬송가를 쓴 위대한 작곡가였다
. 그가 편찬한 복음찬송가(Gospel Hymns, 일부는 생키와 함께 편찬)는 현재까지도 찬송가학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사용된다.
블리스는 다른 유명한 교회음악가들과는 다르게 작곡자로서 뿐만 아니라 작사자로서도 활동하였는데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 교회음악이 진정한 교회음악이 되기 위해서는 작품이 어떤 형태의 음악으로 쓰여졌는가 보다는 음악에 붙은 가사가 성서적이냐에 달려 있다.
즉, 언어가 아닌 각종 기호들(음표, 쉼표 등)로 이루어진, 그래서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은 엄격하게 말해 교회적도 세속적도 아닌, 단지 중립적이기 때문에 한 작곡자의 신앙정도나 태도는 단순히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교회음악을 작곡하였는지 하는 것에서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스로 작사자로서도 활동한 블리스는 교회음악가로서의 그의 진정한 신앙적 삶을 그의 작품들을 통해 후세에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가 쓴 찬송가는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예를 들어 “하나님의 진리등대 빛나니”, “할렐루야 우리 예수 부활 승천하셨네”, “내 너를 위하여(작곡)”, “내 평생에 가는 길(작곡)” 등이 있다
. 모두가 성경에 기초한 그의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는 찬송가들이다.
이 외에도 블리스는 성경과 직접 관련된 찬송을 다수 작사, 작곡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하나님 아버지 주신 책은”, “달고 오묘한 그 말씀”을 들 수 있다.
찬송가 “하나님 아버지 주신 책은”은 그의 주일학교용 노래집인 「The Charm for Sunday School」에 처음 수록된 것으로 블리스는 이곳에서 로마서 5장 5~6절에 언급된 말씀인 ‘우리를 사랑하사 죽은 예수님의 사랑’을 후렴에서 반복적으로 노래한다.
찬송가 “달고 오묘한 그 말씀”은 뉴욕에서 1874년에 창간된 주일학교 신문인 “생명의 말씀”의 창간호에 실린 작품으로, 당시 출판사 사장이었던 플레밍 레벨이 요한복음 6장 67~68절“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이르시되 너희도 가려느냐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되 주여 영생의 말씀이 계시매 우리가 뉘게로 가오리이까”에서 받은 감동을 블리스에게 전하고 이에 맞는 찬송시를 부탁한 것에서 비롯된다.
블리스는 이 성경구절을 반복해서 읽던 중 이 찬송을 영감적으로 작사, 작곡하였다고 한다
. 이곳에 여러 번 등장하는 단어인 “아름다운 말씀”, “놀라운 말씀”, “생명의 말씀”은 말씀 자체가 요한복음 14장 6절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궁극적으로 “길과 진리와 생명이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찬송가들은 후에 오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어, 당시의 유명한 복음찬송가 작가 스테빈스(G. C. Stebbins)는 “블리스 이후에 복음의 근본적 진리를 그토록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라고 기술한다.
그런가 하면 찬송가학의 대가인 줄리안 박사(J. Julian)는 블리스를 위대한 찬송가 작사자인 크로스비(Fanny Jane Crosby)의 다음가는,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인 시를 쓴 작사자로 평가한다.
그 어떤 평가가 내려지든 한가지 분명한 것은 블리스가 그 어떤 수많은 예화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 어떤 간증보다 호소력 있는 독창적인 가사를 쓴, 그리고 그 어떤 설교가보다 성경말씀을 가슴 깊숙이 와 닿게 전달한 시인음악가였다는 것이다.
블리스는 1876년 12월 30일 시카고에서 열렸던 무디선생의 집회에 찬송 인도차 부인과 함께 기차로 가던 중 오하이오주 아쉬타불라(Ashtabula) 근교에서 발생한 철교붕괴사고에서 그의 길지 않은 생(38세)을 마감하였다. 그가 죽을 당시 그의 트렁크에서 발견된 찬송시 “속죄하신 구세주를”(통일찬송가 35장)은, 비록 가난과 굶주림으로 일관된 생이었지만 그가 얼마나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풍요롭게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남긴 수많은 신앙적 작품들은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의 입에서 쉼 없이 불려지게 될 것이며, ‘오직 예수님께만 구원이 있다’는 성경말씀에 기초한 그의 신앙고백을 노래로 계속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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