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성을 위한 ━━/신앙인물

탤런트 신애라의 입양 일기

Joyfule 2009. 1. 9. 10:43

입양과 기부를 통해 아이들에게 무한 사랑을 베풀고 있는 탤런트 신애라가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청담동 '키즈 12'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 아이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신애라의 꿈 그리고 가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청담동의 교육문화 백화점 '키즈 12'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키즈 12' 건물에서 만난 신애라(40). 1층 로비에 서 있던 그녀는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안녕~ 얘들아"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먼저 인사를 하며 스스럼없이 대하는 그녀에게 아이들 역시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과 호기심이 가득한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지녔다. 저렇게 좋을까 싶다.

'키즈(Kids) 12'는 신 개념 어린이 전문 놀이교육 공간이다. 이곳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12세 미만의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무용, 발레, 음악, 체육, 미술, 영어 등 아이들의 예체능과 창의력을 발달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워낙 신애라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덜컥 이렇게 전문 놀이교육 센터까지 오픈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제가 정민(12)이를 키우면서 교육에 대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사실 정민이가 아기였을 때는 제가 진행하던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이 배웠기 때문에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민이가 학년이 올라가면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방치'를 했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알아서 하라고 '방목'을 한 건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우리 예은(4)이와 예진(2)이는 시행착오 없이 잘 키우기 위해 이런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애라는 지금 이 공간이 있어서 무척 행복하다. 이 건물 안에만 있으면 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아이들의 웃음이 있어서 좋고, 개인 서재가 있는 사무실이 있어서 좋다.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고, 사랑하는 정민, 예은, 예진이가 안전하게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다.

청담동에 건물을 지은 이유는 연예인으로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남편 차인표는 그냥 임대를 주고, 임대수익을 받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애라의 생각은 달랐다. 강남의 숱한 입시학원들이 이 건물에 들어오는 것보다 뭔가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교육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어떻게 꾸밀까 고심하던 끝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교육문화 백화점'을 만드는 것이다. '키즈 12'는 공간과 시설을 임대해주면서 학부모와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임대료가 비싸서 들어오지 못했던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단체들이 매출의 일부를 '키즈 12'에 주고 깨끗한 장소를 제공받게 되었다. 한마디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즐비해 있는 교육 백화점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다. 때문에 아직 오픈한 지 몇 달 안 됐는데, 벌써부터 강남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가슴으로 낳은 둘째 아이, 예진이


'키즈 12'를 돌아다니는 동안 신애라는 "저 그림이 우리 예은이가 그린 거예요. 저건, 우리 예진이가 그렸고요. 정말 잘 그리죠?"라며 아이들 자랑이 한창이다. 아이들 세 명이 모두 이 공간을 무척 좋아한단다.



예은이에 이어 올해 초 입양한 둘째딸 예진이. 지난 10월 5일에는 예진이의 돌잔치가 있었다. 벌써부터 "엄마, 아빠"를 할 줄 안다며 신동이라고 기특해하는 신애라는 영락없이 팔불출 엄마의 모습이다. 초등학생인 아들 정민이는 예은이와 예진이를 돌봐주느라 그 누구보다 바쁘단다.

"정민이가 참 착해요. 아이니까 가끔은 서로 티격태격할 때도 있죠. 하지만 대부분 두 여동생을 잘 데리고 놀아요. 그림도 그려주고, 책도 읽어줘요. 셋이 어울려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혹시나 예은이가 새로 생긴 동생에게 질투를 느끼거나 떼를 쓰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한창 미운 네 살이었던 예은이는 어느새 동생에게는 한없이 착한 언니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사실 예은이가 네 살이 되면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때린다거나 물건을 던진다거나 하면서 미운 행동을 좀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계속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다독여줬더니 금방 평소처럼 착한 모습이 되더라고요. 예진이가 자기 장난감 갖는다고 떼를 써도 그냥 주더라고요.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지난 11월 27일 세 돌이 지난 예은이. 처음 입양한 딸이라 그 누구보다 신경이 많이 쓰였던 아이. 하지만 어느새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예쁜 아이로 자라고 있으니 이제 더 바랄 게 없다. 예은이는 춤과 그림에 남다른 소질도 보인다. TV에서 음악이라도 나오면 잠시라도 몸을 가만히 두질 않는다. 그림 그리는 솜씨도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 탁월한 감각을 보인다. 아무래도 예은이는 예체능 쪽으로 재능을 키워줘야 할 것 같다.

정민이는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것에 비해 공부를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본인은 공부 쪽보다 가수를 하고 싶다고 한다. 가수 빅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랩 가사를 정말 빠르게 따라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애라는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을 굳이 막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직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있다"고 전한다.

"저는 12세 미만의 아이들이 공부만 하는 게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 나이에는 아이들의 감수성이 얼마나 뛰어난데요. 흙과 나무를 만져보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이 남들이 시키니까 우리 아이도 꼭 시켜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갖지 말고, 앞으로 아이가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세계 각국에 퍼진 31명의 또 다른 아이들



신애라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예은(4)이와 예진(2)이.

신애라는 예은이와 예진이의 입양 이외에 '컴패션'이라는 후원 단체를 통해 세계 각국에 있는 31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명의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3만5천원. 이 돈으로 후원받는 아이들은 옷도 사 입고, 교육도 받을 수 있으며, 음식을 사먹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감사의 표시로 1년에 2~3번씩 그녀에게 편지를 써서 보낸다. 어떻게 이 많은 아이들을 후원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돈만 주면 되는 거니까 제일 쉽게 키우는 방법"이라며 쑥스럽게 웃는다. 말은 쉽다. 돈만 보내면 되지만 그걸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일단 마음을 먹기가 힘든 부분이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달란트가 바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점인 것 같아요. 워낙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했거든요. 오죽하면 옆집에서 애를 낳았다고 해도 달려갈 정도겠어요. 그래서 입양도 결혼하기 전부터 생각했어요. 오빠와 단 둘이 커서 그런지 형제자매가 있는 친구들이 너무 부럽더라고요."

신애라·차인표 부부의 공개 입양은 우리나라의 '입양'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데 상당한 일조를 했다는 평이다. 이 부부가 훌륭하고 바람직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터. 입양 천사, 선행 부부의 이미지가 혹시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물었다.



컴패션을 통해 후원하는 세계 각국에 있는 31명의 아이들.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주위 분들이 좋게 봐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죠. 더욱 열심히 잘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특히 우리 사회가 예은이나 예진이가 자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나, 입양됐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어요. 외국처럼 그냥 다양한 가족 관계 중의 하나 정도쯤으로 인정하는 거죠.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예은이를 입양한 뒤, 혹시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한다면 '아들'을 입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에 대해 신애라는 예은이에게 '자매'라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앞으로 자라면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자매를 만들어주는 것이 예은이, 예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

이렇게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신애라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일이 있다. 특히 몸이 아프면 더욱 그렇다. 이럴 경우 신애라는 아예 아이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을 도와주는 분들에게 그 책임을 일임한다.

"저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요즘 엄마들은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살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잖아요. 엄마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가끔 부득이하게 아이들을 혼낼 때는 몇 가지 규칙을 만들어 거기에 맞게 혼을 낸다. 첫 번째는 거짓말을 할 때, 두 번째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이 두 가지를 어길 경우 아이들은 손바닥을 맞는다. 때릴 때 주의할 점은 화를 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잘못한 점을 지적해주고, 왜 맞아야 하는지 인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 15주년, 차인표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

남편 차인표와 결혼한 지 벌써 15년이 됐다. 연예계에서 이들은 이미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차인표는 신애라에게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한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고, 신애라 역시 '다시 태어나도 차인표와 결혼하겠다'고 밝혔다. 결혼 15년 동안 남편 차인표가 정말 좋기만 했을까.

"물론 결혼 초창기에는 서로의 단점이 보였죠. 그런데 이제 서로 알 만큼 알게 되니까, 정말 좋아졌어요. 특히 컴패션 활동을 같이하면서 대화가 많아졌거든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31명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신앙이 같기 때문에 더 말이 잘 통하죠. 그래서 요즘에는 정말 좋기만 하더라고요(웃음)."

이렇게 행복한 신애라도 예은이를 입양하기 전, 즉 4년 전만 해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더 행복함을 느낀다. 청담동에 건물을 짓느라 있는 돈을 다 끌어다 쓰고도 은행돈을 빌려야 했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면 더 불행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오히려 행복하다. 이에 대해 신애라는 그동안 마음속에 뚫려 있던 공허함이 '예은이와 예진이'를 통해 메워진 것 같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구멍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구멍을 채우려고 돈을 벌고, 사랑을 하고, 인기와 명예를 얻기 위해 노력하죠. 저는 그걸 다 채웠다고 생각을 했는데도 계속 무언가 공허했어요. 그 공허함이 결국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지더라고요.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그 사랑을 나눌 때 정말 행복한 거예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인생의 가치가 느껴지는 순간이었죠."

보육원과 학교도 세우고 싶어




신애라의 직업은 연기자다. 본인도 평생 직업은 연기자가 확실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기'가 인생의 목적은 아니다. 물론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연기가 인생의 목적이며 연기를 통해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연기는 그녀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요즘 들어 신애라는 자신이 유명해진 이유가 바로 '아이를 사랑하는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연기는 계속 할 예정이다. 다만 지금 3명의 아이를 키우고 사업을 벌여놓았으니 연기를 시작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연기를 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조연이나 단역도 상관없이 하고 싶은 역할이면 다 할 예정이에요. 또 지금까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이미지의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키즈 12'를 시작으로 신애라의 교육사업에 대한 원대한 밑그림은 이제부터 그려지고 있다. 훗날 보육원을 차리고, 좋은 커리큘럼을 가진 학교도 세우고 싶다. 물론 이 모든 계획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저는 현재 상황에서 1분 1초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루하루 매순간 하나님과 동행한다면 언젠가 제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남편인 차인표씨, 그리고 제 아이들과 함께 그 길을 동행해야겠죠(웃음)."



마흔 살의 나이에 웃는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신애라의 웃음은 세상살이에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웃음과 정말 많이 닮아 있었다.

■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