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 허수경
너를 잊는 꿈을 꾼 날은
새벽에 꼭 잠을 깬다.
어떤 틈이 밤과 새벽 사이에 있다.
오늘은 무엇일까?
저 열매들의 얼굴에 어린 빛이
너무 짧다, 싶을 만큼 지독한 날이다.
너를 잊다가 안는 꿈을 꾼다.
그 새벽에 깬다.
잎의 손금을 부시도록 비추던 빛이
공중에 짐짓 길을 잃는 척할 때
열매들이 올 거다.
네가 잊힌 빛을 몰고 먼 처음처럼 올 거다.
그래서 깬다.
너를 잊고 세계가 다 저물어버린 꿈여관,
여기가 포도가 익어가는
밤과 새벽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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