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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대입수능 필수 과목화 왜 못하나

Joyfule 2013. 6. 14. 08:42

 

 

 

[사설] 한국사 대입수능 필수 과목화 왜 못하나

 

 

서울신문 | 입력 2013.06.12 03:27

 

[서울신문]우리 사회의 새로운 걱정거리는 한국사 인식에 대한 젊은 세대의 취약성이다. 특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마저 갖추지 못한 모습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실제로 고교생들의 인식 수준은 충격적이다. 한국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묻는 질문에 69%가 '북침'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서울신문과 진학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3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라니 놀랍다. 당연히 현행 6종의 한국사 교과서는 모두 한국전쟁을 '남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조사 결과가 차라리 좌편향 역사교육의 탓만이라면 우려가 크긴 해도 허탈하지는 않을 게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의 설명은 이렇다. 학생들이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은 데다, 북침(北侵)이라는 용어조차 정반대인 '북한의 침략'의 준말쯤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한국사 교육이 역사인식의 오류를 넘어 인문학 기반의 황폐화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사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 이중적 가치관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관과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아니더라도 넘쳐난다. 하지만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기회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사실상 박탈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는 2004학년도까지 국사라는 이름으로 사회탐구 영역의 필수과목이었지만, 이후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는 비율은 2005학년도 27.7%에서 지난해는 6.9%까지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사는 골치 아픈 암기과목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사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서울대 지원자가 아니라면 굳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과목으로 굳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한국사는 진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계륵(鷄勒)보다도 못한 존재가 됐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국사는 집중이수제 과목이어서 많은 고교에서 한 학기에 모든 과정을 끝내고 만다.

문제의 본질은 물론 젊은 세대의 한국사 인식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원인이 대학입시에 있다면 해결방안의 상당 부분 또한 그곳에서 찾으면 된다. 마침 박근혜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도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역사학자가 아닌 현실 정치가인 윈스턴 처칠조차 "과거를 더 멀리 볼수록, 미래도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설파하지 않았나. 지금처럼 박약한 역사인식을 양산하는 한국사 교육으로는 미래를 열어 나가기란 갈수록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하루빨리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다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청소년들조차 다수가 그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