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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 위선환
나는 더디고 햇살은 빨랐으므로
몇 해째나 가을은 나보다 먼저 저물었다
땅거미를 덮으며 어둠이 쌓이고
사람들은 돌아가 불을 켜서 내걸 무렵
나는 늦게 닿아서 두리번거리다 깜깜해졌던,
그렇게 깜깜해진 여러 해 뒤이므로
저문 길에 잠깐 젖던 가는 빗발과
젖은 흙을 베고 눕던 지푸라기 몇 낱과
가지 끝에서 빛나던 고추색 놀 빛과
들녘 끝으로 끌려가던 물소리까지,
그것들은 지금쯤 어디 모여 있겠는가
그것들 아니고 무엇이
하늘의 푸른빛을 차고 깊게 했겠는가
하늘 아래로 걸어가는 길이 참 조용하다
사람의 걸음걸이로 여기까지 걸어왔구나
더디게 오래 걸어서 이제야 닿는구나
목소리를 낮추어 혼잣말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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