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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 김재진

Joyfule 2005. 3. 22. 09:36
      * 히말라야 * 김재진 개금 벗겨지자 드러나는 불성처럼 안개 지워지자 서서히 인화되는, 때로 그런 순간이 있다. 모서리를 도는 순간 생이 저만치 비켜서 있는 빛처럼 반쯤은 눈부시고 반쯤은 텅 비어버려 손들어 얼굴 가리지도 못하고 주르르 눈물 흘려버릴 때가 있다. 어떤 수식어로든 지금의 이 순간을 장엄하고 싶은 기적 같거나 꿈 같거나 더러는 운명같은 그런걸 시라고 말해도 되는걸까. 좌탈입망한 채 석양에 대비되는 저 산들의 연화장 세계 지금까지 나는 내가 살아 있다고 생각했다. 미소를 짓거나 눈물을 흘릴 때 그 미소 속에 또는 흐르는 눈물 속에 내가 살아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개금 벗겨져 맨몸 드러나는 저 순백의 연꽃 잎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연명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위에 산이 있는 줄 까맣게 모르고 안개 속을 헤매는 미혹 하나로 단지 숨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