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5월의 숲 - 복효근

Joyfule 2007. 5. 13. 00:35


       
       
      5월의 숲  - 복효근 -
      그러니 그대여, 
      오늘은 
      내가 저이들과 바람이 나더라도 
      바람이 나서 한 사나흘 떠돌더라도 
      저 눈빛에 
      눈도 빼앗겨 마음도 빼앗겨 
      내 생의 앞 뒤를 다 섞어버리더라도 
      용서해다오 
      세상에 지고도 돌아와 오히려 당당하게 
      누워 아늑할 수 있는 그늘이 
      이렇게 예비되어 있었나니 
      그대보다도 내보다도 
      또 그 무엇보다도 
      내 남루와 
      또한 그대와 나의 마지막 촉루를 
      가려줄 빛깔이 있다면 
      그리고 다시 이 지상에 돌아올 때 
      두르고 와야 할 빛깔이 있다면 
      저 바로 저 빛깔은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대여 
      오늘은 
      저이들이랑 그대와 나와랑 
      함께 바람이 나버려서 
      저이들이 길어오는 먼 나라의 강물빛 아래 누워 
      서로를 들여다 보는 눈빛에서 
      엽록소가 뚝뚝 듣게 해도 좋겠다 
      저 숲나무 빛깔로 그대로 저물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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